해 바뀔 때마다 운세 보는 아내 "점은 그만 좀 보면 안 될까?"

입력 2014.02.21 08:00

부부클리닉_아내를 연구하자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아내는 어김없이 친구들과 신년 운세를 보겠다고 점집을 향한다. 한 해 운세를 본다고 아내의 행동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거나 종교생활을 시작하는 등의 생활 변화가 있다면 말도 안 한다. 점 보고 온 아내는 기껏 해야 잠깐 동안 운세 내용을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으며 잔소리만 해댄다. 남편 처지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곳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것일까. 아내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01 “집 안 얘기 밖에 내놓는다고 남편은 싫어해요”

헬스조선시니어(이하 헬스조선) 안녕하세요. 이번 호에서는 신년을 맞아 점 보는 아내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신년운세나 토정비결 등을 보시나요?

정유진 새해가 밝아오면 연초에 꼭 신년운세를 보러 갑니다. 자주 가는 곳이 있어서, 해마다 그곳을 찾아요.

최영숙 자주 가지는 않아요. 집안 대소사가 있거나 아이들 취업, 결혼 때문에 고민이 생길 때 가는 편입니다. 가끔씩 잘 봐준다는 곳을 들으면 호기심에 보러 가기도 합니다.

정혜선 지난해 딸 결혼시키면서 궁합 보러 갔어요. 결혼 날짜나 이삿날을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 신수를 꼭 보기보다는 필요할 때 자주 찾아요.

헬스조선 남편은 아내가 사주나 운세 등을 보는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최영숙 말하지 않고 몰래 다녀와요. 괜히 보러갔다고 말하면 “쓸데없이 그런 것 보러 다닌다”면서 나무라죠. 남편은 믿지도 않을 뿐더러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정혜선 남편에게 말하면 별말 없이 그냥 흘려 듣고 말아요. 근데 자주 보러 다니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친구는 남편 사업이 잘 안 돼서 굿 하자고 했다가 쫓겨날 뻔 했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면 보러 가는 것까진 뭐라 안 해도 부적이니, 굿이니 이런 건 질색한다 하대요.

정유진 우리 남편은 불같이 화내요. 남편 앞에서는 사주니 점이니 이런 거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아요. 아줌마들끼리 쓸데 없이 몰려다닌다고 생각해요. 집안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02 “정말 믿기 보다는 답답해서 점을 봐요”

헬스조선 남편이 싫어하는데 굳이 점을 보는 이유가 있나요? 알게 되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처럼 부부싸움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정유진 남편이 싫어하는 걸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어쩔 수없이 보는 거죠. 힘든 마음 털어놓고 싶을 때 주로 찾아요.

정혜선 이 나이 되면 어느 정도 인생이 편해질 거라 생각했죠. 자식 출가시키고 남편과 노후 걱정 없이 여행 다니고 산 오르면서 큰 즐거움은 없어도 재미있게 살 줄 알았어요. 근데 주변을 보면 혼기 차도 결혼 안 하는 자식, 대학까지 힘들게 공부시켰는데 취업 못해 애먹이는 자식 등 잠 못 이룰 일 투성이에요. 친구는 아직도 배에 짐이 한가득이라고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이런 저런 걱정을 내가 해결할 수 없으니 점을 보는 거죠.

최영숙 점을 정말 믿기보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봐요. 좋은 소리 듣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지금은 힘들어도 앞으론 좋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이죠. 사는 게 팍팍한데, 믿든 안 믿든 좋은 얘기라도 들으면 잠깐이나마 기분이 나아지거든요.

정유진 돌아보면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보고 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갑갑한 마음에 순간적으로 보는 거죠. 어수선한 마음 달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03 “좋게 나오면 믿고, 나쁘게 나오면 잊어요”

헬스조선
사주나 운세 등을 믿는 편인가요?

정혜선 점괘를 100% 믿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좋게 나오면 좋고, 나쁘게 나오면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식구 중 삼재가 있다고 하면 은근 신경 쓰이지만, 나쁜 것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요.

정유진 누구네 아들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거나, 누구 딸 좋은 신랑감 만나 시집간다는 등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 들으면 괜히 비교되고 은근히 의기소침해지거든요. 그런 소리 들으면 우리 애들은 언제쯤 시집장가 갈지 궁금해져요. 하지만 다 맞지는 않죠. 결혼 운이니 뭐니 있다고 해도 해 넘기기 일쑤니깐.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좋은 것만 믿는 편이에요.

최영숙 좋게 나오면 믿고, 나쁘게 나오면 믿지 않으려고 해요.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왠만해선 나쁜 얘기는 담아 두지 않아요. 좋지 않게 나오면 기분이 찜찜하지만, 마음속에 오래 담아 두는 편이 아니에요.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운세 결과를 현재 상황에 끼워 맞춰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를 확대 해석하기도해요.

헬스조선 신년운세나 점괘가 정확히 맞은 적 있나요?

최영숙 성격이나 성향은 잘 맞추는 것 같아요. 과거 흘러간 얘기는 어느 정도 잘 맞더라고요.

정혜선 제 경우는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맞아떨어진 적 있어요. 딸아이 어릴 때 사주를 봤는데, 신랑 될 사람이 키 크고 덩치 큰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진짜 사위가 키 크고 체격이 좋은 편이에요.

정유진 반신반의합니다.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으니까요. 당시는 혹했다가 금세 잊어버려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04 “남편의 공감과 배려 있다면 점 보러 갈까요?”

헬스조선 남편과 함께 점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정유진 내 얘기를 들어준 것 자체로 점집에 다녀오면 위로가 돼요. 남편과 같이 갈 정도로 사이가 좋다면 점 보러 갈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혼자 가서 남편에게도 하기 힘든 얘기들을 털어놓고 오면 기분 전환이 돼요.

정혜선 여자는 스트레스 받으면 수다 떨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스트레스가 풀리잖아요. 남자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대화를 꺼내도 늘 현실적인 해결책만 제시할 뿐, 공감해 주지 않아요. 조금만 신경 쓰고 아내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정유진 남편과 함께 가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할 것 같아요. 부부 사이에는 터놓지 못하는 일도 많잖아요.

정혜선 남편 마음을 이해 못 하지는 않아요. 시간 낭비, 돈 낭비하면서 굳이 좋지 않은 소리 들을 필요 있느냐는 염려에서 하는 말인 줄도 알고. 점을 맹신하거나 자주 보러가면 문제지만 가끔은 아내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정유진 자식 문제든 노후 문제든 남편과 아내가 같이 헤쳐 나가야 할 문제잖아요. 헤어지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같이 살려면. 일방적으로 결정 짓지 말고 아내와 의논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좀 희망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비전을 제시해 주기를 바래요.

최영숙 솔직히 아내 처지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기댈 곳이 없어 속상한 심정으로 점을 보기도 하거든요. 남편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어요.

운세를 보고 있는 노인의 손

Expert Advice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 원장의 조언
“점 보고 온 아내의 이야기, 그냥 들어주세요

01 점 내용은 부부간 좋은 대화 소재
일 년에 한 번 신년을 맞아 속을 풀어보자는 의미로 신년운세를 보러 가는 사람이 많다. 특별한 문제가 있거나 심각해서 점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재미 삼아 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점을 보고 와서 재잘거리는 아내의 얘기를 그냥 들으면서 맞장구쳐 보자. 부부간에 좋은 대화 소재가 된다. 지나치게 맹신하지 않는 이상 아내가 점보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면 남편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02 긍정적인 대화 상대가 돼 주세요
일 년에 한 번 정도 점을 본다면 병적인 수준은 아니므로 안심하자. 점을 보는 심리에는 앞으로 괜찮아지려면 뭘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다. 힘든 상황에서 잘될 거라는 희망을 얻고 싶어 찾아가기도 한다. 평소 아내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대화 상대가 돼 준다면 아내가 점 보러 가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03 점 보는 아내의 속내는 말하고 싶은 것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평소 남편과 대화가 없는 아내는 섭섭함과 외로운 마음이 들 수 있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소홀해 외로운 마음에서 점을 보기도 한다. 평소 아내 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아내의 넋두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해한다면 아내는 점집 대신 남편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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