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두렵다면? 자가줄기세포로 연골 재생을

몇년 전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찌릿한 통증이 있던 주부 송모(67·경기 수원시)씨는 지난해 초 정형외과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른쪽 무릎의 안쪽 연골이 절반도 안 남아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낀 송씨는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 의사는 송씨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상태지만 연골이 약간이라도 남아 있으니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을 써 보자"고 권했다. 이 병원에서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송씨는 10개월이 지난 현재 통증이 미약한 수준으로 줄었으며, 무릎을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는 상태로 개선됐다. 최근 찍은 엑스레이에서 거의 닳아 없어졌던 무릎연골이 새로 자라난 것도 확인했다.

◇증상 심하면 인공관절 이식해야

퇴행성관절염은 초기에는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면서 체중을 줄이고 무리한 움직임을 삼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연골이 절반 이상 남았을 때에는 연골 조직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새 연골이 자라게 하거나 연골조직을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연골이 50% 이하만 남았을 때에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최대 20년 정도로 제한적이다. 나이가 너무 젊은 환자는 인공관절이 닳아 없어지면 또 갈아끼우는 수술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인공관절 치환술을 꺼리는 편이다. 나이가 많은 환자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심하면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커서 의사도 무조건 인공관절 치환술을 권하기 어렵다. 또 "벋정다리가 된다더라" "오히려 더 불편하다" 같은 인공관절에 대한 오해로 수술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진통제나 찜질 등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2~3주 안정 취하면 일상생활 가능

5년 전에 퇴행성관절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이라는 이름의 새 치료법은 환자의 배나 엉덩이, 무릎에서 지방조직을 추출한 뒤 줄기세포를 뽑아내 주사나 관절경으로 손상된 환자의 연골 부위에 주입한다. 환자의 혈액을 약간 뽑아서 분리해 낸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을 주사해서 더 많은 줄기세포가 연골에 자리잡도록 하기도 한다. 시술 뒤에는 2~3주 정도 목발을 짚으면서 이식한 줄기세포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환자 본인의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시술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으며, 원래 있던 연골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된다. 이 치료법은 퇴행성관절염이 중기 이상 진행됐을 때 쓸 수 있지만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사람에게는 써도 별 효과가 없다.

◇평균 70.3세 환자들 줄기세포로 연골재생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은 원래 인공관절의 수명 제한 때문에 쉽게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 어려운 40~50대 환자가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고령 환자에게도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도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 치환술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몸 상태가 큰 수술을 견딜 수 없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거부하는 노년층 퇴행성관절염 환자 30명(평균 나이 70.3세)에게 자가줄기세포 이식과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치료를 했다. 이들의 통증 수치는 수술 전 평균 4.7점(10점 만점, 높을 수록 통증이 심함)에서 수술 2년 후에는 1.7로 내려갔다. 수술 1년 후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절내시경 검사에서 62.5%는 손상된 연골이 새로 자랐다〈작은 사진〉. 87.5%의 환자는 2년 후 진행한 검사에서 연골손상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수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법이 더욱 다양해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스포츠외상및슬관절학회 학술지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