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역할이 아이의 신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영아의 사망 위험이 1.8배 높아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생후 3개월 이내에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이의 인지·행동 발달이 더디고, 아빠가 비만이면 아이의 BMI 지수가 높다고 한다. 아빠와의 관계가 원만해야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알코올 중독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팔다리 많이 쓰는 신체 활동 필요
아빠의 역할은 유아기 때 특히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아빠는 엄마에 비해 아이와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기구를 타는 등 팔다리의 대근육을 많이 쓰면 우뇌 발달에 좋다"고 말했다. 우뇌는 8세 이전에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아빠가 많이 놀아줘야 한다.
아빠가 공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놀아주면 아이의 전두엽 발달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차곤 교수는 "성장이 이뤄지는 유아기에 신체 활동을 많이 하면 모세혈관·근골격계가 튼튼해지고, 호흡기와 소화기 발달에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놀이를 할 때는 규칙을 정해야 한다. 때리거나 깨물지 않기,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않기와 같은 규칙을 정해두면 아이가 '경쟁을 할 때도 정정당당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오래 놀아주기란 쉽지 않다. 일본 국립여성교육회관의 200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아빠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8시간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적었다. 태국 5.9시간, 미국·스웨덴 4.6시간, 프랑스 3.8시간, 일본 3.1시간이었다. 김병수 교수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반드시 많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짧은 시간이라도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와 놀아주면 신체·정서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주고받으며 상호 교류 경험
아이는 아빠에게서 사회성을 배우기도 한다. 아빠와의 놀이·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이다. 김병수 교수는 "이 과정은 전두엽(사고력을 주관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놀이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등 사물을 주고 받는 놀이가 좋다. 아빠와 함께 무언가를 주고 받는 활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공을 이렇게 던지면 아빠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빠가 공을 이상하게 던지면 내가 받기 어려워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호 교류 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이다. 끝말잇기도 같은 효과를 낸다.
◇엄마가 엄격하면 아빠가 위로해줘야
식사·양치질·숙제 등의 일상 생활을 할 때는 엄마와 반대의 역할을 하면 된다. 엄마가 엄격한 편이라면 아빠는 아이의 입장을 공감해주고, 엄마가 인자하다면 아빠는 단호하게 규범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차곤 교수는 "아이가 해야 할 일을 결국에는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의존적으로 변하거나 생활 습관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