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높다'는 화장품의 진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 화장품 정의에 맞지 않아
매일 아침저녁 거울 앞에 앉을 때의 마음이 어떤가? 하루에 두 번 습관처럼 바르지만 언제나 마법 같은 피부 변화를 기대한다.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주변 사람과 이야기 나누거나 광고를 보면 또다시 기적을 기다린다. 아쉽지만 아무리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한두 번 발랐는데 피부가 좋아지거나 변화가 나타나면 의심해야 한다.
화장품법은 화장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 질병의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 목적과 약리적 영향을 주는 목적을 겸해 사용되는 물품은 제외한다. 기능성 화장품은 피부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제품 중 안전성과 유용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인정된다. 기능성 표시가 된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화장품 정의를 넘을 수는 없을 듯하다.
블랙리스트 1 기적에서 절망으로 스테로이드 범벅 크림
국내 TV 홈쇼핑 업체에서 지난해 5~9월까지 화장품 3만4000세트를 팔아 19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홈쇼핑 측 은 하루 한두 번만 발라도 잡티가 없어지고 기적처럼 피부가 재생된다고 방송했다. 덕분에 ‘기적의 크림’, ‘힐링 크림’ 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에서 화장품 배합 금지 원료인 스테로이드 성분 히드로코르티손과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가 무더기로 검출돼 회수·판매 중지 조치했다.
스테로이드 성분, 무엇이 문제인가?
스테로이드 크림이 ‘기적’으로 불린 건 스테로이드의 염증 억제와 혈관 수축 반응 때문이다. 이 크림을 바르면 얕은 진 피층의 모세혈관이 수축해 일시적으로 홍조가 개선되고, 염증이 줄어 피부가 탄력 있고 부드러워 보인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 위축, 여드름, 모낭염, 모세혈관 확장, 다모증, 색소 변화, 감염 등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 알레르기나 접촉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스테로이드는 중독성이 있어 피부 질환 치료에 쓸 때도 의사가 용량과 사용 기간을 조절할 정도다. 계속 쓰다가 사용 을 중단하면 갑작스럽게 모세혈관확장증 같은 질환이 재발하기도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들어 더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화장품으로 매일 바르면 중독 위험이 더 높아진다.
블랙리스트 2 백반증 일으키는 미백 화장품
하얀 피부는 미녀의 절대 기준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표현할 때 ‘백옥 같은 피부’, ‘백설공주’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일본에는 ‘하얀 피부는 7가지 결점을 가린다’는 속담이 있다. 덕분에 피부 미백 기능성을 인정받은 화이트닝 제품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미백 기능성을 인증받지 못했더라도 안색을 밝히는 효과가 있다는 제품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하얀 피부를 얻기 위해 선택한 제품이 피부에 하얀 얼룩을 남기는 백반증을 일으켜 해당 제품이 회수·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사례가 있다.
문제가 된 화장품은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로도데놀이라는 미백 성분을 사용한 제품들이다. 로도데놀은 멜라닌 색소 생성과 관련된 효소인 티로시나아제의 활성을 억제시켜 피부를 하얗게 보이게 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과 목 등에 흰색 얼룩이 생긴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피해자 수가 1만 명이 넘어섰다. 그중 약 5000명은 백반이 세 군데 이상이거나, 크기가 5cm를 넘는 등 심한 상태라고 화장품 업체는 설명했다.
백반증 걸리면 완전한 치료 어려워
백반증은 멜라닌 세포가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정 화학물질이 멜라닌 세포에 영향을 미쳐 피부가 얼룩덜룩해진다. 문제가 된 화장품에 들어간 로도데놀은 하이드록시페닐 벤질 에스터 합성물 중 하나로, 피부의 멜라닌 생성 억제 기능이 있다. 미백 화장품에 사용이 허가된 물질이지만, 적정 농도 이상에 노출되면 미백 효과를 넘어 백반증이 생기기도 한다.
백반증은 완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화장품 사용으로 백반증이 생겼다면 제품 사용을 중단하는 동시에 백반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 등 약물치료, 광화학치료, 엑시머레이저 등 물리적 치료를 진행한다. 심각하면 박피나 피부이식, 자가 멜라닌 세포 이식 등을 한다. 또한 백반증 부위에 햇빛에 의한 피부 화상 등 손상이 일어나지 않게 자외선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