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천형에서 벗어난 에이즈? 약 챙겨먹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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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는 질환이 등장하기 시작한 80년대 초반만 해도 3~5년 안에 사망하는 환자가 많아 ‘천형’ 또는 ‘불치병’이라고 불리곤 했다. 하지만,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그 동안 에이즈 치료 분야 또한 놀라운 성과을 이뤄왔고 따라서 이제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면 건강하게 본인 수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에이즈를 완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완치가 어렵다고 우리가 불치병이라 여기지 않는 것처럼, 에이즈 역시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즉 이제 에이즈 치료의 패러다임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보다는, 어떻게 ‘잘’ 치료할 것인가가 더 관건인 시대가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이즈는 HIV라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에이즈 치료는 대부분 약물 치료로 이뤄지는데, 체내의 HIV 증식을 막고 바이러스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치료의 주된 목적이다. HIV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면 면역체계가 무너져 곰팡이, 원충, 기생충, 세균 등에 감염되거나 암이 유발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 복용과 함께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HIV 치료제는 한번 약제를 복용하면 평생 동안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의사가 처방한 약의 90~95% 이상을 잘 복용해야 장기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증식해 치료에 실패할 뿐 아니라, 약에 듣지 않는 내성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고, 사망률 또한 증가하게 된다.

이렇듯 치료 순응도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HIV 감염인이 약을 100% 복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HIV 감염인들이 1주일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치료제를 모두 복용했던 경우는 47%에 불과했고, 외국 연구에서도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3일 이내에 약을 거른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HIV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도록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것은 본인 건강을 위해서 중요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위험도 낮출 수 있어서 사회에서 HIV 감염의 확산을 예방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는 것은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동료나 가족들이 감염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 앞에서 약을 먹기 불편하다는 것도 이유들 중 하나이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부작용을 실제 경험한 경우도 순응도가 낮아지게 된다.

HIV 감염인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이 순응도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의사도 환자의 부작용을 잘 관리하고 환자가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해소되어 가족과 동료들이 감염인들에게 많은 지지와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에이즈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추세고,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잘만 관리하면 30년 이상까지도 원래 수명대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된 에이즈.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치료 환경만큼 질환에 대한 편견도 해소되어 하루빨리 감염인들이 동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