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강모(53·경기 수원시)씨는 지난해 폐경이 오면서 안면홍조증과 불면증을 겪었다. 보통 폐경 증상이 있으면 호르몬(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지만, 강씨는 유방암 재발을 걱정해 그 방법을 쓰지 못했다. 폐경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강씨는 주치의 처방을 받아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한 달 여 만에 안면홍조증과 불면증이 많이 개선됐다.
장기간의 호르몬 치료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방암 환자는 함부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안 된다. 물론 유방암 수술을 받았더라도 조직검사에서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음성으로 나오면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아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폐경 증상을 완화하는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대병원 유방암센터 정용식 교수는 "유방암 환자도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을 쓰면 폐경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불면증·우울감 등이 심하다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면 된다. 관절통이 있을 때는 소염진통제나 칼슘·비타민D 제제를 먹고, 질건조증을 겪는다면 국소용 에스트로겐 연고나 윤활제를 쓰면 된다. 국소용 에스트로겐 연고는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 매우 적어 유방암 재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다만 이런 약은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 쓰는 게 좋다. 서울라헬여성의원 정지안 원장은 "평소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 폐경 증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의 폐경 증상 완화에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다. 폐경 여성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안면홍조증·우울감 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비타민E 보충제를 섭취해도 안면홍조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정용식 교수는 "허브의 하나인 승마로 만든 약을 복용해도 폐경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호르몬 치료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않지만, 몸속에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해서 각종 증상을 막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