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채식 체험기…한 달만에 소화제 굿바이!

입력 2013.09.12 09:00

‘채식은 생리통과 복부비만, 여드름, 소화불량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혹해서 채식을 체험하기로 결심한 기자의 채식 체험기. 해당 질병을 모두 앓던 기자, 짧지만 길었던 한 달 후 어떻게 됐을까?

평소 먹던 식단에서 해산물과 유제품, 달걀이 들어간 음식을 배제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귀찮고 불편했던 채식체험 한달 만에 1주일에 2~3번 먹던 소화제를 먹지 않게 됐다.

Step 1 채식을 위해 덫을 놓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카프카, 나탈리 포트먼의 공통점은? 일단 지구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은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하나 더하면 풀만 먹고 살았거나 풀만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환경에 대한 걱정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동기는 다르지만 그들은 자타 공인 채식주의자다. 꽤 그럴 듯해 보이는 라인업에 <월간 헬스조선> 기자가 동참하기로 했다. 딱 한 달만 말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공장식 사육으로 무분별하게 도축되는 동물을 보고 마음이 쓰려서…”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냥,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본능적인 ‘건강상의 이유’다.

사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반대 의견도 그 못지않다. 채식의 긍정적인 효능에 대한 책이 나오면, 몇 주 지나지 않아 그를 반박하는 책이 출간된다. 나도 편파적인 영양 섭취가 건강에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채식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산 증인을 인터뷰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바로 채식 급식으로 유명한 영진고등학교의 홍성태 교장이다. 그는 오랜 기간 채식을 한 비건 채식인인데, 채식이 학습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 위해 학교 급식 시스템을 바꾼 인물이다. 그리고 실제로 채식한 학생들 대부분의 성적이 향상되었고, 고질병이던 아토피와 변비, 과체중 등의 질환이 개선되었다.

홍성태 교장의 나이는 64세로, 흰머리는커녕 새치도 없다. 피부는 한창 성인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20대 후반의 기자보다 좋다. 당시 소화불량과 복부비만, 성인 여드름 등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을 방불케 했기에 채식을 결심했다. 아아,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덫을 놓았다. 채식을 체험하는 기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겁도 없이 기획안을 냈다. “한 달 동안 채식을 해볼게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기획이 통과됐다. 아아~ 진짜 시작인가?

Step 2 단계의 강도를 조절하다

채식 첫날은 하필 약속 많은 주말이었다. 지인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은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특히 채식 단계를 ‘비건’으로 설정한 것도 한몫 했는데, 해산물과 유제품, 달걀이 들어간 음식을 모두 배제하니 먹을 수 있는 것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건강하자고 시작한 채식인데,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정말 ‘고기’라고 생각되는 것만 먹지 않고 해산물이나 우유, 달걀 등은 먹으면서 단계를 높여 가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채식 단계를 페스코(육류는 금하고 생선은 먹는다)와 락토오보(육류를 금하고 우유와 달걀은 먹는다)의 중간쯤으로 상향했다. 한번에 고기를 끊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적응기가 필요했다. 메뉴 자체에도 다양한 단계가 있지만, 하루에 한 번, 혹은 1주일에 하루만 채식하는 사람도 많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어려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Step 3 그래도 비건

하지만 해산물과 유제품, 달걀을 모조리 먹다 보니 그다지 제약이 없었다. 채식 중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했고, 주변인들 역시 마찬가 지였다. 그래서 다시 단계를 높여 비건 채식을 하기로 했다. 한 달 중 2주는 적응기, 나머지 2주는 비건 단계의 채식을 했다. 다음은 비건 채식을 하면서 기록한 5일간의 일기다.

월요일_ 아침밥은 비건으로 시작했다. 말이 비건이지 달랑 바나나 한 개 들고 나왔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시작한 채식인데, 아침밥은 꼬박꼬박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걸으며 꼭꼭 씹었다. 점심은 구내식당 밥이었는데, 의외로 채소 반찬이 많아 다행이었다. 회사 구내식당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2가지 식단이 준비되는데, 나름 생각한 묘책은 두 가지 식단 중 채식만 골라 새로운 메뉴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된장찌개 국물은 어떻게 우려냈는지, 반찬에 동물성 조미료를 사용했는지 확 인할 수 없었다. 구내식당 식단을 채식으로 신경 써서 만들지 않는 이상, 완벽한 채식은 불가능했다.

화요일_ 저녁을 먹으러 샌드위치 전문점에 갔다.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드라 빵과 재료, 소스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다행히 베지테리언 샌드위치가 있어 냉큼 주문했다. 그리고 빵을 선택하려는데, 원재료 성분에 대한 표시가 없었다. 어떤 빵이 우유와 달걀을 넣지 않고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어 점원에게 물으니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잠깐 기분이 나빴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에 우유와 달걀은 필수인데, 그걸 빼놓고 만들다니… 이런, 빵 하나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구나.

수요일_ 홍보 담당자와 미팅이 있어 ‘별다방’으로 향했다. 습관처럼 카페라테를 주문하려는데, 생각해보니 라테가 우유 아닌가. 그냥 ‘아메리카노 마셔야겠다’ 하고 체념하는 찰나, 우유를 두유로 대체한 메뉴를 발견했다. 그래서 마셔보게 된 소이라테. 우유의 깊은 맛을 따라갈 순 없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목요일_ 아침 월례회의가 끝난 후 회사에서 김밥을 나눠줬다. 한 입 먹어볼까 싶어 재빨리 내용물을 살피니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고기로 만든 햄은 당연히 빼고, 어묵과 달걀을 빼고 나니 단무지와 당근, 우엉, 오이가 남는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김밥이 탄생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싶어, 다음부터 김밥은 아예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금요일_ 불타는 금요일이다. 중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망설이다 연남동의 한 중국집으로 향했다. 과연 먹을 게 있을까 걱정됐다. 고기 안 들어간 메뉴는 없나? 이리저리 메뉴판을 살피다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이 집은 독특하게 버섯탕수육 등 채식 메뉴가 있었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고기를 뺀 메뉴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으면서도 반신반의했으나, 의외로 오케이. 기쁜 마음으로 먹게 된 것이 채식잡채밥이다. 채식하는 한 친구의 제보에 의하면 고기 없는 짜장면을 만들어 주는 중국집도 몇 곳 있다. 그런데 조미료 강한 음식을 먹고 나니, 갑자기 식욕이 솟구쳤다. 집에 왔는데도 자꾸 무언가 먹고 싶어, 전에 사다 둔 채식라면을 허겁지겁 끓여 먹었다. 아무리 채식이라도 라면은 라면인지라 먹고 나니 속이 별로다. 채식에도 분명 질이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만큼, 질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아무래도 라면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Step 4 불편하지만 해볼 만한 채식

한 달간의 채식 체험이 끝났다. 처음 2주일만 잘 버티면 식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단 1주일에 2~3번은 꼬박꼬박 먹던 소화제를 먹지 않게 됐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주로 먹다 보니 하루 한 번은 화장실에 갔고, 소화가 잘 되니 피로감이 사라졌다. 활력이 생겨 자연히 업무에도 탄력이 생겼다. 그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을 줄일 수 있었는데, 가공식품 상당 부분에 우유와 달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부 지방량은 변화가 없었다. 채식하면서 의외로 문제가 된 부분은 ‘게으름’이었다. 가장 건강하게 채식하는 법은 자신이 먹는 것을 직접 요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 귀찮은 일인지라, 초반에는 종종 채식라면을 먹었다. 채식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단백질 공급인데, 신경 써서 챙기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이 오기 쉽다. 결국 채식은 불편한 식사다. 불편함으로 돌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흥미가 생긴다. 몸도 좋아지고 환경마저 생각할 수 있다니, 이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한 달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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