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좁아도 피 잘 흐르면 스텐트 시술 불필요

[메디컬포커스] 협심증 치료

이미지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최근 필자 진료실을 찾아온 50대 남성이 의자에 앉자마자 "심장에 빨리 스텐트를 넣어야 한다던데, 오늘 당장 시술할 수 없나요"라고 물었다. 얼마 전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상당히 좁아져 있으므로 스텐트 시술로 넓혀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 겁이 나서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혈관조영술로 이 남성을 정밀 검사해 보니, 오른쪽 관상동맥이 50% 정도 막혀 있었지만 혈류에는 이상이 없어서 스텐트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이 남성은 이후 아스피린과 콜레스테롤 저하제 등의 약물 치료만 받고 있다.

좁아진 심혈관을 특수한 그물망으로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법은 30여 년 전에 개발된 뒤 계속 발전해서 현재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질환의 기본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전문의라도 특정한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적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예전에는 심혈관이 절반 이상 좁아진 환자에게는 무조건 스텐트 시술을 해서 혈관을 넓히도록 권했지만,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 심혈관이 절반 이상 좁아져 있더라도 혈액이 심장혈관을 지나가는 데 문제가 없으면 스텐트 시술을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혈관조영술에서 심혈관이 50~70% 좁아져 있는 사람 중 67%는 협심증이 전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스텐트 시술은 영상검사 사진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의 기능을 확인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병원의 최근 연구 결과, 심혈관이 좁아졌지만 혈류에 큰 이상이 없는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최소화하니 사망률,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 재시술 빈도 등이 막힌 혈관마다 무조건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보다 모두 감소했다. 연구를 통해서 심장에서 나와 심혈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20% 이상 감소하면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지만, 그 이하에서는 스텐트 시술이 필요없다는 점이 증명됐다. 혈류량이 20% 이하로 감소한 환자는 혈액 흐름이 좋기 때문에 그냥 두어도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고 동맥경화증 예방 치료만 해도 이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 병원은 심근분획혈류예비력(FFR)이라는 혈류상태검사를 도입한 뒤 스텐트 시술 건수가 절반 정도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월 환자의 심혈관 상태를 검사할 때 심혈관의 혈류을 반드시 측정하도록 권고했다. 스텐트 시술이 오래 전의 대세이던 개흉 수술을 대신해 관상동맥질환 표준 치료법이 된 것처럼, 이제는 스텐트 시술을 최소화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 기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