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story] 자신의 마음·몸도 같이 돌봐야 환자 치료에 더 도움됩니다

암환자만큼 힘든 가족의 고통 이기는 법
우울증상 82%·자살충동 18%… 심장병·사망 위험도 상승

가정주부 이모(50)씨는 올해 초 혼자 돈을 벌던 남편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 집안 일도 손을 놓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남편이 제대로 치료 받고 있는지, 남편을 어떻게 하면 간호할 수 있는지, 살림을 꾸려갈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온갖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 왔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 모두가 이씨 친정에 들어갔다. 이씨는 불안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국내 암 경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암환자가 새로 생기는 추세다. 국민의 절반 정도는 언젠가 한 번은 암환자 가족이 될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한다.가족 중 누군가 암 진단을 받으면 가족 전체가 휘청거리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은수 교수는 "암환자 가족은 환자와 똑같이 암을 받아들이는 혼란스런 과정(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을 겪는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똑같은 고통을 겪고, 경제적 고통을 분담해야 하며, 환자가 맡던 역할도 누군가 대신해야 한다. 말기 암환자 가족은 사별의 고통까지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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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가족도 환자 못지 않게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 진단, 치료 과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겪는 고통을 예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사진은 단란한 가족 모습을 연출한 것.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지난 4월 발표된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암환자 가족의 82.2%가 우울증상을, 38.1%가 불안증상을 겪고 있다. 17.7%는 자살충동을 느끼며, 2.8%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다.

서울대암병원 정신건강센터 박혜윤 교수는 "암환자 가족이 암환자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암환자 가족은 자신을 위해 스트레스 관리나 병원 진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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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암환자 치료에만 매달리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암치료가 끝나고 1~6년 사이에 있는 환자의 가족 중 절반은 심장병·고혈압·관절염에 시달린다는 미국 연구가 있다. 암환자의 배우자는 보통 사람에 비해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발병 위험이 13~29% 높으며(스웨덴 룬드대), 암환자 보호자의 4년 후 사망률이 63% 올라간다(미국 피츠버그대)는 연구도 있다.

박혜윤 교수는 "암환자 가족이 환자에게 건강식을 챙겨주는 것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게 환자 치료에 더 도움이 된다"며 "가족은 환자뿐 아니라 자신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은수 교수는 "암환자 가족은 가족 내 역할 분담, 심리 상담, 사회 자원 활용 등을 통해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낮출 수 있다"며 "가족들이 암을 올바로 알고, 검진도 철저히 받으며, 환자와 더불어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