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멘토 신체심리치료센터 이달희 소장
어릴 적에 엄마의 '약손'으로 배앓이가 치유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뒷목이 아프면 자연스레 손을 얹듯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것은 치유를 위한 인간의 본능이다. 신체심리치료센터 이달희 소장은 "터치는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라고 말한다. 신체 접촉의 치유효과와 신체심리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1 신체심리치료, 몸과 마음은 하나다
언어에서 활동으로 발전한 심리치료
심리치료는 19세기 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심리치료라고 하면 상담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 심리치료는 몸은 개입하지 않고 오직 말로만 이루어진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술치료·음악치료·놀이치료·독서치료 등 몸을 쓰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마음이 아픈데 몸에 집중해 치료한다고 하면 언뜻 이해를 못 합니다. 몸과 마음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사고가 심리치료에도 반영된 거죠."
오랜 세월 주류를 이루던 언어 중심의 심리치료는 'NATO(Not Action Talk Only)' 라고 해서 신체 접촉을 금기시했다. 그저 대화와 설문 등 언어에 집중해 치료자의 정신을 분석했다. 굉장한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인 빌헬름 라이히는 순환구조로 이루어진 인체 에너지 흐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어뿐 아니라 몸을 다루면서 억눌린 정서 에너지를 푸는 치료체계를 개발했다. 라이히는 억압된 정서가 근육 경련을 일으킨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정서는 행동하려는 충동과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면 슬플 때 울고 싶은 충동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우는 행위는 격한 호흡과 눈물, 표정 등 신체 변화와 관련 있다. 울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할 때는 근육의 움직임 을 막기 위해 숨을 참는다. 억제가 반복되면 만성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것을 반복한다.
"라이히는 정서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신체를 억압하기 때문에 몸에 쌓여 있다가 통증이나 질병으로 나타난다고 본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신체화'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을 통합한 라이히의 심리치료 이론은 다양한 신체심리치료법으로 발전했다. 단단한 근육과 근육조직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자극요법부터, 상담자가 특정 신체활동을 시키는 치료법, 글쓰기·그림그리기·춤추기 등 표현예술치료법이 모두 신체심리치료법이다.
어루만짐은 몸과 마음의 매듭을 푸는 열쇠
몸에 접근하는 신체심리치료의 근본 메시지는 '몸을 통해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막힌 곳이 풀려 소통되면 몸과 마음, 의식과 무의식이 자연스럽게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신체심리치료에서 상담자는 생각하지 못했던 내면을 발견하게 한다. 그 방식은 사랑이 담긴 접촉의 손길이다. 성(性)적 접촉과는 의미가 다르다.
인간은 건강할 때는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독한 고독에 빠지거나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어려울 때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고 일어나게 된다. 접촉은 상담자가 치료자에게 손을 내밀어 치료의 길로 인도하는 과정이다.
#2 직접 경험한 신체심리치료의 세계
무의식의 기억이 의식으로 떠올랐던 히말라야의 추억
이달희 소장은 별다른 준비 없이 히말라야 트래킹에 나섰다가 고소증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몸이 아파 어쩔 줄 몰랐는데, 그때 특별한 체험을 했다. 언론사에 근무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 것이다.
"극한의 상황이 되니까 무의식에 있던 불편한 기억이 의식으로 떠오르더군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속해 있던 조직이 해체되어 퇴사했거든요. 몸을 혹사했던 일, 스트레스받던 일, 직원에게 잘 해주지 못했던 일…. 풀지 못했던 정서적 응어리를 세포가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음을 다스리면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며 마음에 집중하던 제가 몸의 언어에도 귀 기울이게 된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 이 소장은 접촉을 통한 심리치료를 직접 경험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 소장은 '약손요법' 창시자인 이동현 선생에게 신체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이동현 선생의 손길을 통해 마음의 그늘이었던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랜 기간 병상에 계셨는데, 무의식에 그것이 깊게 자리한 것이지요. 접촉을 통한 심리치료 경험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마음의 병' 앓고 있는 중년층 많아
화병, 우울증 등 신체화 장애를 겪는 중년이 주로 신체심리치료센터를 찾는다. 신체화는 마음의 불편이 몸으로 표현되는 현상이다. 몸은 아픈데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최후 방법으로 신체심리치료센터를 찾는 것이다. 중독 증세에 빠진 사람도 많다.
"알코올, 도박 등의 중독자를 상담하면 어린 시절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정되게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되지 않으니 성격과 관계 맺기에 문제가 생긴 거죠. 자연스레 관계를 형성할 필요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상담 후 본격적인 신체심리치료에 들어간다. 상담자를 야트막한 침대에 편하게 눕힌 후 안정된 자세로 상담자의 몸에 손을 얹고 깊은 압력을 가한다.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음마하듯 일정한 리듬으로 압력을 가한다. 이때 생명에 위협을 가하거나 성적 자극,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위는 피한다. 고요하면서 일정한 리듬으로 몸을 누르면 치료자는 명상하는 것처럼 깊은 이완을 체험한다. 1시간가량 신체작업이 끝나면 이 시간 동안 떠올랐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상담한다.
"일정한 리듬으로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를 듣다 보면 몸이 노곤해지고 졸음에 빠지듯, 일정 간격으로 압력을 가했다 멈추기를 반복하면 명상하는 것처럼 쉽게 이완 상태에 빠져듭니다. 상담자는 이때 내면을 돌아보고, 몸에 내재된 정서적 응어리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3 내 몸에, 가족의 몸에 손을 얹어 보자
집에서 스스로 하는 약손요법
어릴 적에 배가 아프면 엄마가 "엄마 손이 약손"하며 배를 문질러 주던 것은 전통 방식의 신체심리치료다. 몸에 간직한 정서적 응어리를 풀려면 타인의 손길을 빌리는 것이 원칙이다. 타인의 손을 빌릴 수 없다면 스스로 아픈 곳에 손을 얹어 본다. 호흡이 조절되고 정신이 집중되어 통증이 점차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양 손바닥을 마주하고 한참 비벼서 따뜻하게 한 다음 얹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어깨 몸의 긴장을 풀고 손바닥을 목과 어깨가 만나는 부위에 최대한 접촉시킨다. 이때 손바닥이 등 쪽으로 더 넘어가게 한다. 딱딱하게 뭉쳤거나 팽팽한 줄기가 만져지면 그 부분에 네 손가락이 가도록 옮겨 이완되는 것이 느껴질 때까지 손을 얹는다. 몸과 어깨가 만나는 부위에 편안함이 느껴지면 어깨 마루를 따라 어깨 끝까지 쓰다듬듯 천천히 손을 옮긴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어깨 끝으로 쓸어 주면 더욱 좋다.
배 불편한 배 부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소화가 잘 안 되어 위가 더부룩하거나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명치 부위에서 배꼽 쪽을 향해 아래로 쓸어내린다. 손바닥을 배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쓸어 준다. 작은 원을 그리다가 점점 큰 원을 그리듯 쓸어 준다.
머리 두통이 있으면 머리에 양손을 나란히 얹어 보자. 손바닥 전체가 머리와 닿게 한 후 가만히 있다가 누르듯 천천히 무게를 싣는다. 시원한 느낌이 들면 손바닥 위치를 옮겨 누르기를 반복한다. 그런 다음 네 손가락을 세워 머리를 고루 쓸어 넘긴다. 손가락을 세워 관자놀이를 가만히 짚어 주듯 누르고, 머리 전체로 옮겨 가며 반복한다. 머리에 손을 얹을 때는 손바닥을 비벼 뜨겁게 하지 않는다.
휴머니즘, 힐링 키워드는 스킨십 부족 사회 반영
요즘은 '스킨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친한 친구 사이라도 손을 잡거나 팔짱 끼기를 꺼린다.
"손 잡고, 팔짱 끼고 포옹하는 행위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손만 잡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요즘처럼 몸의 언어를 거부하는 건 사회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은 것이 없으니 줄 줄을 모르는 거죠. 얻은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는 겁니다."
태어나자마자 충분한 접촉을 받은 아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우리 전통 육아법은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외부인 접근을 막고 아이와 엄마만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종일 피부를 맞대고 있으면서 안정된 애착관계를 만드는 시간이었죠. 우리는 전통적으로 요즘 트렌드라는 '캥거루 케어'를 했던 거예요."
베이비붐 세대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시기에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었다. 선진국형 생활문화가 뿌리 내리면서 가정에서 아이와 접촉할 시간도 줄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에서 떨어져 혼자 자거나 맡겨졌고, 자립심을 강요당하며 자랐다. 접촉에 굶주린 아이는 마음이 불안하니 잘 먹지 않는다. 잘 먹어야 두뇌와 몸이 무럭무럭 자랄 텐데 제대로 먹지 않으니 건강하지 못하다. 성인이 되어도 사회나 이성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과 불감증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다.
"자립을 강조하는 육아법으로 길러진 아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지 못해 자기밖에 모르고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렇게 자란 세대가 지금 가장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30대입니다. 최근 '힐링'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도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한 번은 아이를 꼬옥 안아 주세요
몸은 해결되지 않은 감정 응어리를 담아 두는 저장소다. 응어리를 제때 풀지 않으면 몸속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신체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좋지 않은 감정은 바로 풀어 버려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마음은 몸에 깃듭니다. 불편한 마음을 담은 몸은 편치 않고, 불편한 몸에 깃든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하루 한 번은 사랑의 손길로 아이를 어루만져 주세요.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아이는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자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