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용어의 사용 범위를 좁혀 과잉 진단과 치료를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 집단의 권고가 나왔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팀은 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국가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뉴욕타임스지는 최근 “NCI 연구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저널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현재 악성이 되기 전인 전암(前癌) 상태의 병변까지 포괄하고 있는 암의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현재 암으로 분류된 것 중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 없는 병변들을 ‘상피세포에서 발생한 초기 단계의 느린 병변(Indolent Lesions of Epithelial Origin)’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유방, 전립샘, 갑상샘, 폐 등에서 발생하는 병변들을 포함한다.
연구팀은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환자들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 없음에도 과하게 반응해 이를 없애버리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다수 환자는 유방조영상(유방암 검진용 X선 촬영)을 통해 암 이전 단계인 유관 상피내암종을 확인하면 이것을 암으로 인식해 바로 외과적 수술 등의 치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발표 배경에는 이처럼 매년 수십만 명이 불필요하고 과도한 암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체 촬영 및 판독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만히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거나 전이를 일으키지 않을 종양이 존재하고, 이것을 제거한다고 해서 급성암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의 보고서도 지난 35년간 암 진단 건수가 많이 늘어난 데 비해 말기 암 진단 비율과 암 전이로 인한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의학계에서는 암의 범위를 좁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암협회의 최고의료책임자 오티스 브롤리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19세기의 암 정의에서 벗어나 21세기 의학에 맞게 암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서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전해졌다. 에블린 라우더 유방암센터장 래리 노튼은 “암의 상태에 대해 환자들과 더욱 나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위험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서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