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잦은 질염, 난임 가능성 높인다

직장인 김씨(30세강서구)는 여름이면 질염 때문에 고생이다. 그녀는 해마다 반복되는 질염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더욱 습해서인지 일찍부터 질염이 찾아와 산부인과를 들락거리고 있는데, 문제는 잦은 질염이 임신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다.

요즘 같은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질내 환경도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덥고 땀이 많이 나는데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레깅스나 스키니진을 입는 것도 세균 번식을 도울 수 있다. 또한 칸디다균의 경우, 수영장에서 물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고, 임신중에도 질염 발생이 증가한다. 서울라헬여성의원 정지안 원장은 “질 내에는 젖산균을 비롯해 정상 상재균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질의 상태가 건강하지 않을 경우에는 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면서 질염이 발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질 분비물이 많다고 무조건 질염은 아니다. 질 분비물은 많은 사람, 보통인 사람, 없는 사람 등 개별차가 있다. 또한 생리주기에 따라 배란기가 되면 분비물이 많아지는데 이건 임신을 돕기 위한 정상적인 분비물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비물이 많으면서 가렵거나 따가운 증상, 우유 찌꺼기 같은 분비물, 냄새 나는 분비물인 경우 질염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질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난다. 정지안 원장은 “질염은 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로, 그 자체로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다”며 “하지만 냉이 많아지거나 악취 등의 증상으로 인한 불편감과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일부 질염의 경우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골반염 등으로 발전하여 향후 난임 등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예방 및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성병균으로 알려진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즈마, 유레아플라즈마와 같은 균은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자궁염이나 골반염으로 이어져 불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30만 명의 여성이 골반염으로 진단받고 있다. 이중 1/3 미만은 급성 골반염이고, 나머지 2/3 이상은 증상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나팔관 폐색 등으로 진행한 후 난임증으로 발현하게 된다. 실제로 골반염으로 인해 수술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게 된 난임 여성의 60% 이상은 급성 골반염으로 치료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도 본인이 골반염인지도 모르고 가벼운 질염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난임 상태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라면 배란기에 부부관계를 많이 할 텐데, 이때 질염이나 골반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면 제대로 관계를 하기도 힘들뿐더러, 관계를 하더라도 분비물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자가 자궁내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정 원장은 “급성 내지는 만성 골반염이 있으면서 생리 전후마다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2주 이상의 철저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