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우리집 식재료가 자라고 있어요”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지리산 자락에 어느 해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모여 들었다. 귀농 트렌드를 이끈 이들은 지역 농가와 연합해 농산물을 생산해서 판매하고, 도시와 농촌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친환경 식재료 섭스크립션 서비스의 선두주자, ‘지리산 산내 꾸러미’생산 현장을 찾았다.

Story 1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

귀농·귀촌인과 지역 주민이 만나다

초록이 한결 짙어진 지리산. 둘레길과 실상사로 이름 난 산내면은 최근 ‘지리산 산내 꾸러미’로 더 유명해졌다. 지리산 산내 꾸러미 사무국 최은주 총괄기획팀장은 “농촌 인구는 꾸준히 줄어든다는데, 산내면은 인구가 오히려 늘고 있다. 귀농 인구가 많다 보니 마을 주민과 자연스럽게 화합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산내면에 귀농·귀촌인이 많은 이유는 실상사에서 운영한 귀농학교 영향이 크다. 귀농학교 수료자 중 몇몇이 모였고, 마침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공동체 지원 농업(CSA)’ 사업을 실시했다. 사업 지원을 받으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진 몇몇은 지리산에 눌러앉게 됐다. 2012년엔 영농조합법인으로 인가를 받아 그때부터 본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시끌벅적 지리산 산내 꾸러미 사무국

2~3년간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리산 산내 꾸러미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지리산 산내 꾸러미가 롤모델이라며 이를 배우고자 지리산을 찾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노력 없는 대가는 없다. 사무국 식구들은 늘 바쁘다.

“언니, 고추 가격은 얼마였지? 꾸러미에 스티커는 어디에 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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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중에도 최은주 팀장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도시에 지친 산내면 귀농자들은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고 산내면을 찾았지만,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다. 지리산 고사리에 발목이 잡혀 ‘이게 아닌데…란 생각도 한다고. 사무국 식구들이 바쁜 이유는 지리산 특색을 담은 작물을 꾸러미에 담기 위해서다. 사무국 식구들의 노력 덕에 지리산 꾸러미를 받으면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나물을 받아 볼 수 있다. 파프리카 잎나물, 곤달비 나물 등이 지리산의 자랑이다.

친환경·유기농·무농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

현재 지리산 일대의 30~40가구가 지속적으로 꾸러미에 들어갈 작물을 공급하고 있다. 유기작목반 단체도 꾸러미에 농산물을 제공한다. 생산 농가들은 주로 지리산 인근에 위치한 두레·장수·남원·함양 지역에 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짓거나, 무농약·저농약으로 농사짓는 농가만 엄선했다. 꾸러미에 담기는 채소는 인근 농가와 사무국에서 관리하는 직영 농장에서 재배한 것이다. 별명이 심마니인 직영농장 팀장은 마늘·양파·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산삼 캐는 실력이 뛰어나다고 ‘심마니’라 불릴 정도인데, 밭에서 마늘과 양파 농사를 짓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고. 그래도 그는 고집스레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한다.

지리산 산내 꾸러미에는 유기농 또는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을 담지만, 과일은 무농약 작물을 찾기 힘들다. 김병찬 직영농장팀장은 “과일은 무농약을 찾기가 힘들어 저농약 상품이라도 찾으려 애쓴다. 사과 같은 경우 농약을 치지 않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반점이 생겨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Story 2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우리집 귀한 식재료

지리산의 신선한 로컬푸드와의 만남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에도 사무국에는 선풍기 하나 틀어놓지 않는다.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넉넉한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러미에 쌓인 농산물은 상전 대우다.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20년 된 에어컨을 공수해 채소를 시원하게 보관한다. 재배된 채소는 먼저 냉장고로 들어가서, ‘예냉’을 한다. 꾸러미 택배 상자 속에는 아이스팩도 담긴다.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는 손이 더욱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꾸러미를 싸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은 긴장감이 감돈다. 정성껏 재배한 작물이 소비자에게 무사히 도착하게 택배 포장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비닐팩에 담고,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 그리고 택배 상자에 넣는 작업까지 어느 한 부분도 사무국 식구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은 없다. 수요일 오후 5시쯤 산내면에 택배 수송 차량이 도착하는데, 이때 택배로 발송하면 소비자가 목요일에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격주로 한 번씩, 입맛대로 받는 꾸러미

지리산 산내 꾸러미는 매주 품목이 바뀐다. 매주 두꾸러미씩 받으면 마트에서 장볼 필요가 거의 없다. 감자나 호박, 양파같이 매일 먹는 채소만 구입하면 된다. 1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가면 한 달에 40만~50 만원이 드는데, 매주 꾸러미를 두 개씩 한 달 동안 받으면 24만원이 든다. 마트에서 모든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결코 비싸지 않다. 2 주일에 한 번씩 꾸러미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꾸러미를 받는 날을 ‘특별한 지리산 밥상’ 차리는 날로 정하면 된다. 2주에 한 번씩 꾸러 미를 받아 보면 한 달에 6만5000원이 소요되는데, 외식 대신 집에서 지리산 나물과 친환경 채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꾸러미 가격 월 4회 기준 12만원, 월 2회 기준 6만5000원 고객 상담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 휴무 주문·문의 070-8838- 7207, www.fairfood.kr 위치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324-3

조리과정이 어렵다면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를 보자

최은주 팀장은 종종 “어떻게 해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꾸러미가 밀렸어요”란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지리산의 독특한 나물을 먹는 것은 좋지만, 주부9단인 40~50대 주부라면 쉽게 조리할지 몰라도 30대 주부는 꾸러미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최은주 팀장은 이런 주부를 위해 항상 레시피를 편지에 담는다. 편지에는 누가 무엇을 생산했는지, 어디에서 재배했는지, 유기농법을 사용했는지 등 상 세한 정보도 담긴다. 가끔 공식 카페에 반가운 글이 올라오기도 한 다. 사무국 식구들이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레시피를 공개하는 사람 이 있다. 독특한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공식 카페 ‘꾸러미로 만드는 요리’ 게시판을 참고하자.

Mini Interview 기획총괄팀 최은주 팀장 “직접 로컬푸드 재배과정 보러 오세요”

지리산 산내 꾸러미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뭐니 뭐니 해도 품목을 구성하는 일이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는 지을 수 없지만,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품목을 구성하고 사업을 기획·총괄한다. 최은주 팀장에게 지리산 산내 꾸러미에 대해 물었다.

매주 바뀌는 지리산 산내 꾸러미 품목은 어떻게 선정되는가? 먼저, 제철에 나는 작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참여하는 농가가 재배하는 품목에 한해 소비자들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농산 물을 지향한다. 도시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과일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은 반드시 들어간다. 그렇다고 조리가 쉬운 작물만 담기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산내 꾸러미는 지리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작물을 담으려고 애쓴다.

소비자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있는가? 진달래를 따서 추천메뉴로 진달래 화전을 권한 것이 기억해 남는다. 꾸러미에 지리산 봄 분위기를 전하고 싶어, 진달래와 쌀가루를 보냈다. 6월에는 아카시아 꽃을 따서 꾸러미에 넣는다. 전을 부쳐 먹으면 특유의 향이 입안에 퍼져 맛이 썩 괜찮다. 가을에는 야생풀을 모아서 손수건 한 장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야생풀로 염색하는 방법을 편지에 소개한다.

농사짓고, 꾸러미를 구성하며 어려운 점은 없는가? 농사짓는 사람은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자식같이 여긴다. 그러다 보니 농산물에 약간 흠집이 있더라도 관대하게 받아 들인다. 하지만 이 작물은 상품가치가 떨어져, 소비자가 반기지 않는다. 상품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설득하는 과정 이 쉽지 않았다. 마트처럼 흠집 없는 과일이나 채소가 아니더라도,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농산물이 많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