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CJ그룹 이재현 회장(53)이 앓고 있는 '샤르코-마리-투스(CMT)' 병이 유전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우리 몸의 말초신경을 관장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말초신경에 신호 전달이 잘 안 되는 등 장애가 오는 질환이다. 말초신경에 장애가 오면 대표적인 증상이 다리 근육이 위축돼 점차 걷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병은 프랑스인이었던 샤르코와 마리, 영국인이었던 투스에 의해 처음 알려지면서 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샤르코-마리-투스 병으로 불리게 됐으며 약어로 'CMT'라고도 한다. 인구 약 27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승민 교수 “이 병은 매우 흔한 유전 질환”이라며 “증상의 정도도 다양해 군대를 갔다 올 정도로 경미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릴 때부터 다리 근육 위축이 심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재현 회장은 증상이 경미한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 병은 유전 양식도 다양하다. 우성유전(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어떤 부모에게든 물려받으면 유전병 발생), 열성유전(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부모에게 모두 물려받아야 유전병 발생),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 유전병이 본인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유전 양식의 유형은 유전자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이 의심돼 병원에 가면 의사는 가족력, 병력 등을 듣고 말초신경 이상검사를 한다. 더불어 혈액 속에서 혈구를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검사도 같이 한다.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유전병으로 생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재활 치료를 한다. 대표적으로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근육 강화 운동, 신발 교정 착용 등이 있다. 발 모양이 변하는 등 관절 변형이 심하면 이를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근육 위축이 없어지거나 근육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고 관절 변형을 교정함으로써 불편함이나 통증을 완화시킨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으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남이다. 누나 이미경씨는 CJ그룹 부회장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작은 아버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