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극복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잔잔한 감동이에요. 아프고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이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또 강원도에 가고 싶네요. 선생님 사진, 또 글들.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깊은 감동과 치유, 그리고 추억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신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5월 열렸던 암극복 힐링캠프에 참가한 분들이 보내준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정작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내 자신이다. 그 분들에게 웃음과 희망과 행복한 마음을 드릴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5월 암극복 힐링캠프 사흘 째인 5월22일. 체험 특강을 하기 위해 둔내 자연휴양림을 내려간 나는 오후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나 역시 시간적으로는 완전히 암에서 해방되지 않은(진단 후 5년이 경과해야 완치 판정을 받는다) 암환자니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 분들의 마음을 읽고 눈빛으로 공감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전체 프로그램 매니저이자 명상 강사인 유하진 선생님과 최혜경, 이호상 선생님이 진행한 힐링명상 시간. 눈을 감고 어릴 적 가장 아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장면이 그려졌다. 몸이 좋지 않았던 여동생을 보살피는 내 어린 시절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다른 참가자 상당수도 울었을 것이다. 각자의 아픈 기억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깊이 숨어 있던 상처를 끄집어 내 치유하는 과정. 잠시 뒤 나는 웃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했던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껄껄껄 웃으며 나는 환호했다. ‘이 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 체험특강 시간. 나의 투병 에세이 제목을 ‘나는 암이 고맙다’라고 정한 이유를 말씀드렸다. 40여년 동안 혹사시키기만 했던 내 자신을 우선적으로 사랑하게 해줘서 암이 고맙다고 했다. 앞만 보며, 사회적인 욕심만을 위해 달리느라 스킨십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두 딸과 2년간 부녀의 정을 나눌 수 있게 해준 암이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멀어졌던 친구들을 되찾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암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씀드렸다. 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감의 눈빛을 보내주셨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함께 읽었다.

나를 위로하는 날/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 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게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그날 밤 나와 모든 참가자들은 한 마음이 됐다. 암 환자와 가족이 아닌, 행복하게 자신을 좀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함께 꾸는 친구로 우리는 어울렸다. 위암 수술을 받았다는 분은 차에 싣고 온 색소폰을 불었다. 취미로 배운 색소폰의 소리는 큰 울림이 되어 우리 심장을 때렸다. 모두가 손을 잡고 사랑의 기운을 나누며 노래를 불렀다. 또 다른 환우의 남편은 하모니카를 멋들어지게 불렀고, 팀 닥터로 참가자들과 동고동락한 이왕림 박사는 성악가의 목소리로 보리밭을 불렀다. 나도 유하진 선생님도 그 파티에 빠질 수가 없었다.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서로를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치유 에너지를 나눴다. 인천에서 오신 60대 어르신의 부인은 “이 사람 최근 1년 동안 처음 웃었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나누고, 치유의 에너지를 나눈 밤이었다.

병의 근원은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을 치유하면 병도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치유는 어렵다. 두려움에 떨고, 삶에 지쳐 마음은 점점 외롭고 힘들어진다. 특히 암 환자는 더 그렇다. 암극복 힐링캠프는 마음을 치유하는 캠프다. 생활 속에서 암을 물리치는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쑥뜸을 함께 뜨고, 척추교정을 통해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을 위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고려대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 해독·항암 음식 강의와 함께 1대1 상담을 진행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왕림 박사, 의사이자 한의사인 백태선 교수, 카이로프랙틱의사협회 회장인 이민선 교수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캠프 장소인 둔내자연휴양림은 해발 700m인 청태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산 통나무로 지은 집엔 황토로 다진 바닥에 황토 대리석을 깔았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면 청아한 산 공기가 코 끝으로 스며든다. 그게 바로 힐링이다.

6월 암극복힐링캠프는 6월17일(월요일)부터 20일(목요일)까지, 7월 프로그램은 7월 15일(월요일)부터 18일(목요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