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치료 대상자 S(25)씨는 하루에 손을 수십 번 씻고, 누군가 만진 문고리는 반드시 휴지로 닦아야하는 강박장애 환자다. 그는 오염에 대한 공포로 외출도 못했고 강박증 평가 척도가 40점 만점에 38점으로 중증 상태였다. 그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투여 받는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1960년대 이전에는 이러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뇌 전두엽을 절제하는 시술을 했으나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려 ‘이성(理性)’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뇌의 특정 신경회로의 과도한 활성화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입증된 1990년대에는 해당부위를 메스로 자르거나 전기로 지지는 시술을 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두개골을 건드리고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었다.
이번에 연세대 세브란스 의료진이 취한 시술은 S씨의 강박증을 유발하는 신경회로를 초음파를 이용해 차단하는 것이다. 초음파는 두개골을 거의 통과하지 못하지만 이 장비는 헬멧 모양의 특수 장비를 이용해 초음파를 쏘는 데 성공했다. 1024곳에서 동시에 쏘는 초음파를 대뇌 중심부의 내포(內包,강박장애가 일어나는 신경회로 길목)에 집중시켜 60도 정도의 열을 내게 한다. 이 열로 말랑말랑한 뇌 조직 5~8㎜가 굳으면서 신경회로가 차단되면, 강박장애가 호전되는 것이다. 시술에 사용된 초음파 장비는 이스라엘의 의료벤처인 ‘인사이텍(Insightec)’이 개발했다.
김찬형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사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던 S씨가 한달 여의 초음파 시술 후 웃음기 있는 얼굴로 의료진 안부까지 물어 놀랐다”며 “우울증 점수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신경회로 차단 효과가 우울증 신경회로 차단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지금까지 2명의 강박증 환자에게 뇌 초음파를 시도했는데 아직 임상시험 단계여서 조심스럽다”며 “효과가 인정되면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