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못 자 생긴 통증인가 했더니… 뇌 이상으로 목근육 돌아가는 병

입력 2013.02.20 08:50

사경증, 환자 충격 크지만 치료 가능 '뇌심부자극술'로 90% 효과

최모(54·경남 남해군)씨는 4년 전 목 근육이 땅기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생겼다. 물리치료를 받고 침도 맞아봤지만 통증은 심해졌고 고개도 점차 왼쪽으로 돌아갔다. 목 근육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앞을 보려면 눈이나 몸통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했다.

최씨의 병을 연축성 사경증이라고 한다. 목이 돌아가거나, 한쪽으로 기울거나, 뒤로 젖혀지는 등 목 부위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초기에는 잠을 잘 못 잤을 때 생기는 뻣뻣함이나 통증과 비슷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목이 한쪽으로 돌아간다.

사경증은 뇌에서 운동신호를 근육에 전달하는 기저핵의 이상으로 생긴다. 의도하지 않아도 기저핵이 신호를 잘못 보내 근육이 움직인다. 기저핵에 왜 문제가 생기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파킨슨병약, 편두통약, 뇌전증(간질)약을 먹은 뒤 사경증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다. 망간, 일산화탄소, 탄소, 메탄올 등의 중독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쩡하던 목이 의지와 상관 없이 돌아가는 병이어서 환자의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 대부분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경험한다. 최씨도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환자가 불치병으로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초기에는 보톡스 같은 약물로 뇌에서 근육으로 정보를 보내는 신경을 차단한다. 다만 보톡스는 한 번 맞으면 효과는 3~6개월간 지속되지만 자주 맞으면 효과가 줄어든다.

망가진 기저핵에 전기자극기를 심어 뇌에서 근육으로 가는 자극을 차단하는 뇌심부자극술도 효과가 있다. 쇄골 아래 피부에 배터리를 이식해 전선으로 자극기와 연결한다. 다만 3~5년에 한 번씩 배터리를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씨도 이 수술을 받고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허륭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은 환자의 90% 이상이 수술 후 증상 개선 효과를 봤다"며 "사경증을 불치병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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