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시기 놓치면 약 써도 악화돼…초기 치료로 뼈·관절 지켜야 난치성 질환이라 치료비 지원…항체 복제약값 50% 지원 가능
최모(52·여)씨는 4년 전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심한 감기 몸살을 앓은 후부터 손마디가 쿡쿡 쑤셨는데, 간호사인 딸이 "혹시 류마티스일 수도 있으니 검사를 한 번 받아 보라"고 했다. 병원 진단 결과, 딸의 추측대로였다. 다행히 양쪽 손가락 관절의 바깥쪽에만 염증이 있을 뿐 뼈와 관절엔 이상이 없었다. 최씨는 소염제 종류의 약만 먹으며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세포가 이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해 외부 침입이 없는데도 '면역세포가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초기에는 관절 바깥 부위인 활막에만 염증이 생기지만, 방치하면 관절과 뼈로 염증이 번진다. 뼈끼리 붙어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관절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다르다.
최씨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보통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병이 생긴 후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년 9개월 정도 걸린다. 진단 당시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뼈 손상이 진행된 사람도 55.6%나 된다.(대한류마티스학회 자료)
서울대병원 송영욱 교수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손가락 관절을 살펴보고 있다. 중년 여성이 손가락 관절이 붓고 아프다면 류마티스관절염일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 늦으면 평생 통증 시달려"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약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70%가 여성이고 대부분 중년이다. 염증만 있고 뼈·관절엔 이상이 없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환자는 약 15%에 불과하다. 이 시기를 넘기면 약을 먹어도 통증이 계속되고 증상 악화를 막기 어렵다. 서울대병원 내과 송영욱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을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은 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발병 후 1년 이내에 병원을 찾는 환자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붓고 피곤하며 열감이 있지만, 움직이면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감기 기운', '나이 탓'으로 오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에 걸리면, 관절이 손상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일단 관절 손상이 시작되면 그 속도가 빨라진다. 증상이 나타나고 3개월이 지난 뒤에는 관절의 20%가, 1년 뒤엔 60%가, 2년 뒤엔 70%가 파괴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통증 때문에 몸을 잘 안 움직이게 되고, 염증으로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다.
◇치료 효과 높은 항체의약품
10여 년 전부터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항체의약품을 개발했다. 항체의약품은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막거나 기능을 억제하는데, 이 약을 쓰는 환자의 60% 정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류마티스 환자 중 항체의약품을 쓰는 비율은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12~14%)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1년에 1000만 원 정도 드는 약값 때문이다.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본인부담금의 90%, 혹은 연간 최대 400만 원 이상의 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그래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적지 않다. 환자의 50%는 월소득 200만 원 이하라는 통계가 있다. 의료비 부담이 큰 탓에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며, 이 때문에 질병이 악화돼 치료비가 더 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국의료지원재단은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 건선성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항체의약품 복제약을 쓰면 약값을 최대 50%까지 지원해준다. 이 항체의약품 복제약은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인 셀트리온이 2년 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