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43·서울 서초구)씨는 5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150/100mmHg) 진단을 받고 술과 담배를 끊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혈압약도 꾸준히 먹었지만 혈압 조절이 잘 안돼 약을 점차 늘려야 했다. 결국 진단받은 지 4년 만에 약을 5개나 먹어야 하는 난치성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치료 방법을 찾던 이씨는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신장(콩팥) 신경을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신장신경 차단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시술 6개월 후인 지난 달부터 약을 3개로 줄였다. 약을 먹으면 혈압도 정상에 가깝게 낮출 수 있게 됐다.
약을 먹어도 조절이 잘 안되는 난치성고혈압 환자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신장신경 차단술을 받고 있는 장면. 신장에서 분비되는 레닌호르몬이 뇌로 전달돼 혈압을 올리는 것을 막는 시술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기자
◇난치성고혈압, 신경차단술로 약 줄여
고혈압은 약으로 완치되지는 않지만 혈압 조절은 거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난치성고혈압 환자가 1~5% 정도 있다. 난치성고혈압이란 '4가지 이상의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레닌 호르몬의 비정상적인 분비다. 보통 혈압이 떨어지면 신장은 레닌 호르몬을 분비, 뇌와 연결돼 있는 신경을 통해 혈압을 올린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너무 과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면 혈압이 과도하게 올라간다. 베타차단제를 쓰면 대개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 약도 듣지 않는 것이 난치성고혈압이다. 이때 신장신경의 일부를 고주파로 잘라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시술을 시도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는 "임상 결과들을 볼 때 이 시술을 받으면 수축기 혈압이 평균 20~30mmHg 정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며 "신장신경 차단술은 항상 뇌졸중 등의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난치성고혈압 환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최신 시술법"이라고 말했다. 이 시술법은 지난해에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면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인데, 오는 6월쯤 승인될 전망이다. 따라서 난치성고혈압 환자가 이 시술을 받으려면 승인이 난 후에 가능하다.
◇30·40대 고혈압, 약 끊을 수 있다
최근 30~40대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7년 15.7%였던 40대 고혈압 환자는 지난해 21.1%로 늘었다. 30대도 5년 사이 7.5%에서 9.1%로 증가했다. 이들의 문제는 혈압약을 장기간 먹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혈압약을 30~40년 장기 복용했을 때 뇌·장기손상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혈압약은 평생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약을 끊을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의영 교수는 "30·40대 고혈압 환자 대부분은 과체중에서 비롯된 대사성 이상 때문에 고혈압이 온 경우이므로 살을 빼고 식사 조절만 잘 해도 대사 이상이 고쳐져 평균 수축기 혈압이 20~30mmHg까지 떨어져서 약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딱딱해져서 발생한 고혈압이 아닌 경우 ▷1기 고혈압(140/90mmH 미만) ▷망막질환이나 뇌출혈 위험이 없을 때라면 생활습관 관리로 약을 끊을 수 있다.
◇심장재활로 체중 줄이면 혈압 떨어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30~40대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장재활이란 좁게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재활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고혈압부터 심장이식 환자까지 모든 심혈관 질환의 예방·치료 후 관리를 의미한다. 체중 감량·혈관 건강이 목표인데, 환자의 나이와 심혈관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 위주로 짜여져 있다. 환자 상태에 맞춰 콜레스테롤과 염분, 포화지방을 낮춘 식단을 짜주고 올바른 조리법도 교육한다. 최 교수는 "프로그램을 통해 체중의 10~15%를 빼면 혈압약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