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장애 위험 높은 수액줄, 국내 모든 병원이 사용

입력 2013.01.09 09:00

환경호르몬 물질 다량 첨가… 비용 부담될까 교체 안해

수액 주사에 쓰이는 줄에는 인체 유해물질인 DEHP가 첨가돼 있다. 항암제·영양제 ·혈액제제를 맞을 때 이 줄을 쓰면 DEHP가 수액과 함께 혈액으로 스며든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병원에 입원하면 대부분 포도당, 영양제, 혈액제제 등 수액을 혈관 주사를 통해 맞는다. 이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소모품이 수액 백과 수액 줄이다. 그런데 국내 모든 병원이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 물질이 첨가된 수액 줄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에 따르면 병원에서 사용 중인 수액 줄의 99% 이상이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첨가 제품이다. DEHP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인데, 인체에서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켜 생식기장애(생식기형·불임 등), 대사장애질환(당뇨병·대사증후군 등) 위험을 높인다고 홍윤철 교수는 밝혔다. 이 때문에 DEHP 첨가 수액 백은 2007년부터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수액 줄 사용은 사실상 묵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연표 교수는 "수액 줄에서 차지하는 DEHP의 비중이 20~40%나 된다"면서 "DEHP가 어느 정도 함유됐을 때부터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액 줄 사용을 방치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EU·일본에서는 수액 백은 물론 수액 줄도 DEHP를 넣지 않은 제품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DEHP 첨가 수액 줄을 쓰면 혈액내 DEHP 농도가 올라간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7년 실태조사를 했는데, 수액주사를 맞는 환자의 혈액 내 DEHP 농도가 일반인보다 3~4배 높았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똑같은 의료처치를 했을 때 성인과 신생아의 DEHP 노출량을 예측했더니, 신생아가 성인의 20배 가량이었다.

병원에서 여전히 DEHP 첨가 수액 줄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현재 DEHP 무첨가 수액 줄의 값은 DEHP 첨가 수액 줄의 1.5배 정도다. 일반 수액 줄은 건강보험이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하는데, 병원이 비싼 수액 줄을 써서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크게 늘기 때문에 정부가 '이유 없이 비싼 수액 줄을 썼다'며 비용을 삭감할 가능성이 크다. 홍연표 교수는 전면적인 교체가 어렵다면 항암제, 지방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혈액제제를 맞을 때만이라도 DEHP 무첨가 수액 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생리식염수에 비타민을 넣어서 맞을 때는 체내 DEHP 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항암제나 영양제·혈액제제를 수액으로 맞아야 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따로 DEHP 무첨가 수액줄을 구입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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