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포커스] 치매… 잘하던 일상사 서툴러지면 의심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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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44세 주부 김모(경기도 부천시)씨는 2년 전, 평생 꼼꼼하게 살아 온 시어머니 박모(70)씨가 행동이 조금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생활비로 드린 돈을 며칠 만에 잃어버렸다고 해서 찾아 보니 통장에 입금돼 있었다. 당시 68세이던 박씨는 "나이 들면 다 기억이 깜빡깜빡한다"고 했지만, 혹시나 해서 병원에 모셔가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결과는 초기 치매였다. 생활비를 은행에 입금하고도 잊은 것은 치매의 초기 증상이었다.

박씨는 '생활비 사건'이전에 새로 산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빨래를 고집했고, 휴대폰 받는 것이 어설펐고, 휴대폰으로는 전화를 걸기 어렵다며 집 전화만 썼다. 이런 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모두 치매 초기 증상이었다. 여러 번 갔던 딸 집에 가다가 집 근처에서 길이 헷갈린다며 헤맨 적도 한 번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나 주변 사람 모두 이 정도만으로는 치매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전에 수월하게 하던 집안일, 길 찾기, 기일 챙기기 등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치매의 주요 초기증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통 사람의 얼굴을 못 알아보거나,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야 치매를 알아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작은 변화가 생기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렇지만 사소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전에 없던 문제가 생기면 치매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치매는 완치할 수 없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망상, 공격성 같은 이상행동도 조절할 수 있다. 박씨도 치매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증상을 개선하고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있다. 현재 2년째 집안일을 하고 혼자 외출하는 등의 일상생활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며느리 김씨 등 가족이 박씨를 올바로 돌본 점도 기여했다. 가족은 박씨가 가사 활동 등 치매 발병 이전에 익숙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하도록 했다. 실수나 시행착오도 생겼지만, 박씨를 타박하지 않고 지지하며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했다. 치매 환자가 일상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지와 격려가 꼭 필요하다.

가전제품이나 전화기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 도구를 이용한 일상생활 수행능력 변화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아챌 수 있지만 당사자는 잘 느끼지 못한다. 노부모 등 주위의 어르신이 이런 문제를 보이면 그냥 넘기지 말고 꼭 치매 검사를 받게 하자. 노년층 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갖는 것이 치매 공포와 부담을 극복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