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심한 건선으로 고생하던 김모씨(35)는 몇 달 전부터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가 붓고 뻣뻣해져 주먹을 쥘 수 없었다. 한참 방치했더니 손가락 전체가 퉁퉁 부었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더니 건선관절염이라고 했다. 그는 "피부병인 건선과 관절염이 무슨 관계냐"고 의아해했지만, 사실 건선관절염은 건선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동반 질환 중 하나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면역이상이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이 피부 이상을 초래한다고 본다. 이런 면역 이상과 염증이 온 몸에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가져온다. 건선 환자의 30%가 겪는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아침에 손발가락 관절이 뻣뻣한 느낌이 드는 정도이지만, 본격 진행되면 심하게 부으면서 관절이 파괴된다. 류마티스관절염과 달리 통증이 심하지 않고, 많은 관절에 동시에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진다. 손·발가락 외에, 건선 환자가 허리 통증이 있으면 척추 건선관절염 가능성이 있다.
건선은 비만·고지혈증·고혈당증·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과도 연관이 있고, 이런 대사증후군은 다시 동맥경화·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없어도 건선 자체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국내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 건선 환자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우울증도 건선의 중요한 동반 질환이다. 건선이 얼굴, 두피, 팔다리 등 눈에 띄는 부위에 나타나면 대인관계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생활이 위축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진다. 최근 대한건선학회 발표에 따르면, 건선 환자가 우울증·불안증·자살 충동을 겪는 비율은 각각 일반인보다 39%, 31%, 44% 높았다. 건선 환자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건선은 이처럼 무서운 질환이지만 초기에 적극 치료·관리하면 피부 증상 뿐 아니라 심혈관 동반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건선을 적극 치료하면 동반 질환 위험이 함께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하지만, 건선은 전체 환자의 아주 일부분만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경증 환자의 경우 본인이 건선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자신이 건선인 줄 알아도 동반 질환의 위험성은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건선은 불치병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치료를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치료제를 임상에 적용하면서 예후가 크게 좋아졌다. 건선은 겨울에 증상이 가장 심해지므로, 늦기 전에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