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고치고 규칙적 운동… 온가족 노력해야 살빠져

감량 노력 1년만에 결실
체중 더 늘고 성인병 우려도
온가족 노력해야 살빠져

소아비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포함한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가족 전체의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아동들이 스스로 고치기는 쉽지 않다. 본인은 물론 가족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소아 비만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성공: 빵·떡 안 먹고 스스로 운동

초등학교 5학년 김모(11)양은 다섯 살까지 이모집에서 자랐다. 초·중학생인 이종사촌 언니·오빠가 좋아하는 피자, 햄버거 같은 인스턴스 식품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먹었다. 체중은 30㎏에 육박했고 키도 또래보다 20㎝ 정도 컸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의 성조숙증이 걱정돼 초등학교 1학년 때 김양을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체중감량을 하면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머니는 김양에게 수영을 시켰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만 했기 때문에 수영의 운동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인스턴트 식품을 일절 못 먹게 하는 대신 떡과 빵은 허용했다. 김양 어머니는 "떡은 건강식이라고 생각해서 마음껏 먹도록 했다"고 했다. 결국 1학년 때 시도했던 감량 작전은 실패했다. 운동량이 적었던데다 빵과 떡으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김양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키는 141.9㎝, 몸무게는 45.8㎏이었다. BMI(체질량) 지수 22.7로 '비만'이었다. 예상 최종 키는 155cm였다. 김양은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이후 매달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 해 여름방학부터 매일 두시간씩 수영을 하며 본격적으로 감량에 나섰다. 학기 중에는 1주일에 두번, 한 번에 두시간씩 한다. 선수반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도 좋아졌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다이어트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좋아하던 떡과 빵을 일절 먹지 않는다.

김양이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큰 체격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이후부터다. 김양 주치의는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기가 오는데, 이때 활동량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적극 도와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지금 키 155.5㎝, 몸무게 39㎏의 정상체중(BMI지수 16.13)이다. 호르몬 조절 주사도 끊었다. 의사는 "3학년 초로 예상됐던 초경 시기가 2년 이상 늦춰졌기 때문에 키가 더 자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패: 아빠는 무관심, 아이는 폭식

아빠, 엄마가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 손에서 자란 초등학교 4학년 이모(10)양. 키 149㎝, 체중 52㎏으로 BMI(체질량)지수가 정상(14.33~20.71)보다 훨씬 높은 23.42의 비만 아동이다. 1학년 때보다 키는 13.7㎝, 체중은 12㎏이나 늘었고 비만지수는 더 높아졌다. 이 양은 성조숙증 진단을 받고 호르몬 조절 주사를 맞고 있다. 요즘도 학교를 마친 오후 3~4시 쯤에는 할머니가 챙겨주는 옥수수, 감자, 빵 등으로 간식을 먹는다.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 10시에 퇴근하는 아빠와 함께 또 밥을 먹는다. 주치의는 "탄수화물 섭취가 기본적으로 많은데다, 밤 10시에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면 음식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축적된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부모는 "워낙 먹성이 좋다"고만 할 뿐 비만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사는 전했다. 이양의 할머니는 음식을 짜게 만든다. 이양은 짠 국과 찌개를 매 끼니마다 두 그릇씩 먹고 김치·장아찌도 많이 먹는다. 엄마는 이양의 식사량을 조절하려고 애를 쓰지만, 할머니와 아빠는 방치하고 있다.

이양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학교, 피아노 학원, 방과후 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면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거나 친구와 공기놀이를 한다.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하거나TV 보는 시간이 하루에 2시간 이상이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이양 엄마가 태권도학원에서 운영하는 줄넘기교실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줄넘기를 하다가 발목을 다친 뒤로 이양은 운동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양의 주치의는 "처음 시작하는 운동을 무릎과 발목 관절에 손상을 입히기 쉬운 줄넘기로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며 "아이가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고 해서 부모가 포기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양과 가족들은 건강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거의 안 하고 있다.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지만, 비만이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할머니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이와 함께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까지 생길 수 있다고 의사는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