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56)씨는 7년 전 소뇌에 뇌출혈이 생긴 후로 어지럼증이 계속 됐다. 신체 마비 증상은 없었지만 걸을 때 넘어질 것 같고, 고개를 돌리거나 자세를 잡을 때 특히 어지럼증이 심했다. 어지럼증을 완화시키는 약을 복용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어지럼증도 '재활요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세란병원 '뇌신경센터&어지럼증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1주일에 한 번씩 내원해 전문치료사와 함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상황을 반복 훈련했다. 그 결과 4주 뒤에는 보행 자세가 안정되고 어지럼증도 완화됐다.
◇난치성 어지럼증 특화
어지럼증은 살아가면서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50대의 36%, 60대의 39%, 70대의 51%가 경험했다. 어지럼증 중에서도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 원인 질환이 명확한 경우에는 치료가 쉽다. 그러나 어지럼증의 원인이 뚜렷하게 없거나,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재발이 계속되는 난치성 어지럼증 환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다. 세란병원 뇌신경센터&어지럼증클리닉 박지현 부장은 "난치성 어지럼증은 우리 몸 어느 한 기관의 문제라기보다 귀(전정기관), 뇌(소뇌), 자율신경, 말초신경, 중추신경, 근골격계, 심리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관여돼 있다"며 "우리 클리닉은 4명의 신경과 전문의가 모두 어지럼증만 전문적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난치성 어지럼증의 다양한 원인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병원 등에서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전문의 한 두명이 어지럼증을 진료하고 있다.
세란병원은 난치성어지럼증에 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해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국내 최초 어지럼증 재활치료 도입
난치성 어지럼증 원인 진단 절차는 이렇다. 우선 환자에게 적외선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의사는 환자의 눈동자를 관찰해 귀와 뇌 중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영상안진검사(VNG), 움직이는 발판에 서서 균형감각 능력 등을 평가하는 동적자세검사(CDP)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고, 원인을 알아도 약물 등으로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게 문제다. 박지현 부장은 "최근 난치성 어지럼증 치료에 '재활 훈련'의 개념이 도입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며 "우리 클리닉은 재활 프로그램(균형감각 재활프로그램)을 2009년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균형감각 재활프로그램은 간단하게 말하면 환자 별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동작이나 상황을 극복하도록 반복 훈련시킴으로써 뇌를 자극, 감각·운동신경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런 재활 훈련을 하면 균형감각이 회복되고 어지럼증을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세란병원이 2009년 9월~2010년 1월까지 6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123명에게 균형감각 재활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92%의 환자(113명)가 증상이 호전됐다. 박지현 부장은 "이 치료의 장점은 개인별로 어지럼증 원인과 특성에 따라 의료진이 재활 프로그램을 짜서 일대일로 훈련을 시키고,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도록 알려줘서 치료의 지속 효과를 높이며, 약물 부작용이나 재발 걱정 없이 어지럼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