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 생각'의 풍성한 감성과 기찬 상상 '녹록'
특히 남자 주인공이 선배 자취방에 놀러가 컴퓨터 용량이 1기가바이트라는 소리를 듣곤 ‘우와 평생을 쓰겠네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수백기가바이트를 넘어 1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 이상까지 쓰고 있는 현실에서 20여년 전의 사실은 그저 추억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광수 생각, 오늘 나에게 감사해’(북클라우드 刊)의 ‘광수 생각’은 아직도 2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이 책, 통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영상으로 눈부터 자극하는 ‘건축학 개론’은 ‘아, 맞다, 그 땐 그랬었지’라는 것만으로도 그만이었다. 책은 다르다. 활자를 통해 사유(思惟) 하고, 개개인의 이해도에 따라 각자 다른 사고(思考)를 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책은 잠의 동반자가 되기 쉽상이다.
특히 '광수 생각'과 같은 ‘서정시’는 시점이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다. 과거 광수 생각이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것도 과거의 '오늘’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도 쉽게 풀어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오늘이 과거 '광수 생각'과 같은 방식으로 독자와 마주할 수 있을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런 의문은 조금씩 누그러 든다. ‘광수 생각, 아직 죽지 않았구나’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어느날 밤,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 도심을 걷다 콘크리트 사이를 뚫고 나온 작은 들꽃을 보며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잠깐 감상할 수 있는 기회‥. '다시 올 수 없는 그 모든 순간들'에서 광수 생각은 아련한 설레임을 전한다. 이어 세상이 힘들어도 반쪽이 있어 살맛나기에 "당신, 내가 세상의 반이랬죠? 그럼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세상의 반은 당신을 믿어 주는 거예요"라고 마음을 향해 외친다.
이번 광수 생각은 그 스스로 마흔을 넘어 집필한 만큼 20대의 광수 생각보다 녹록함이 묻어난다. 마치 얼마전 종영한 '신사의 품격' 향기가 배어나기도. 어쩌면 드라마 속 '그림의 떡'인 그들보다 감성을 꽉 채우는 '광수 생각'이 여성들에겐 더 매력으로 다가 올 지 모른다.
벌써부터 서점가는 오랫만의 '광수 생각'이 화제라는 전언이다. 가을의 문턱이 성큼 다가온 8월의 막바지, 연인끼리 '광수 생각'이 던지는 감성에 함께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