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없고 다이어트 하는데도 체중 늘면 '특발성 부종'

아침저녁 체중 3kg 이상 차이… 과도한 다이어트 등이 원인
살찐 게 아니라 체액 증가, 정밀검사 후 생활습관 고쳐야

한 달간 과일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던 가정주부 오모(40·서울 성동구)씨는 지난달부터 저녁에 잰 체중이 아침 체중보다 3~4㎏이나 더 나가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체중이 갑자기 느는 것은 뭔가 질환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을 했다.

보통 갑성선 기능 저하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같은 질환이 있을 때도 살이 찌지만 오씨는 두 가지 질환은 물론 다른 병도 없었다. 주치의는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서 생긴 부종(부기) 탓에 체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생활습관을 바꾸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을 모르면 '특발성 부종'

보통 부종이 생기면 신장이나 심장 이상 등을 떠올린다. 그래서 몸이 붓는다면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소변검사, 흉부 X선 검사 등을 모두 받아봐야 한다. 그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면 '특발성 부종'일 가능성이 높다.

원인 질환이 없는 특발성 부종은 폐경 전 여성 10명 중 3~4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편이다. 특발성 부종은 아침과 저녁 체중이 2~5kg 차이가 나며, 손가락으로 종아리를 눌렀을 때 눌린 부위가 10초 이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울증과 함께 소화장애, 두통, 극심한 피로감 등도 생긴다. 체중이 느는 것은 체액 증가 때문이다. 체지방이 늘어나 살이 찌는 것과는 다르다.

이유 없이 살이 찌고, 저녁만 되면 다리가 무거워진다면 특발성 부종 때문이다. 조금씩 골고루 먹고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 상태가 좋아진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건양대 병원 제공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진짜 살이 찌는 것은 아니지만, 부종이 반복되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결국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된다"며 "혈액이 몰려 하지정맥류(다리 정맥혈관이 튀어나오는 것)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신장내과 양동호 교수는 "원인 질환 때문에 생기는 부종과는 증상이 조금 다르지만, 자가 진단은 금물"이라며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 질환별 증상은 다음과 같다.

신장 부종=신증후군이나 신부전증처럼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부종이 생기고 소변 횟수가 준다. 자고 일어났을 때 눈 주위, 손, 얼굴 등이 붓는다. 나트륨을 하루 1~2g으로 제한하고 이뇨제로 치료한다.

심장 부종=심부전증 때문에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순환이 안되므로 발목과 종아리 부위가 심하게 부으면서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평소 부종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다리에 심한 부종이 생기면서 숨쉬기 곤란하다면 호흡 곤란 때문에 급사할 위험이 있으므로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이뇨제와 교감신경 차단제로 치료한다.

간 부종=발등이나 종아리 쪽이 부으면서 복부 팽만감이 생기고, 얼굴이 노래진다면 간염과 간경화 때문에 생긴 부종이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단백질이 알부민으로 전환되지 못해 혈관에 체액이 쌓이기 때문이다. 간 질환 치료와 함께 부종 치료를 위한 이뇨제를 사용하고, 알부민 주사를 놓는다.

특발성 부종, 심한 다이어트 때문


특발성 부종은 우리 몸의 60~70%를 차지하는 체액량이 늘어나 생긴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과도한 다이어트=채소·과일 위주로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면 단백질 섭취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백질을 이용해 합성되는 알부민이 부족해진다. 알부민은 혈관 속 수분이 각 장기에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부족하면 혈관 속 수분이 정체된다.

고탄수화물 과다 섭취=흰쌀, 밀가루, 흰설탕 등 정제된 흰색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르게 높이면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늘어난 인슐린은 신장의 세뇨관이 나트륨과 수분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작용,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오래 서 있는 자세=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특정 부위(주로 종아리)에 체액이 몰린다. 체액이 과도하게 몰리면 혈관 안에 있어야 할 체액이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 사이에 쌓인다. 또 혈관 안에서 체액이 빠져나가면 혈관은 체액이 부족하다고 느껴 비상 체계를 작동한다. 체액을 늘리는 호르몬(레닌,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시키면서 수분 배출을 줄인다.

생활 습관 바꾸면 호전

특발성 부종은 생활 습관만 바꿔도 70~80%는 좋아진다.

▷영양소는 고루 섭취하되 식사량만 절반으로 줄이는 '반(半)식 다이어트'로 단백질 결핍을 막아야 한다.

▷식사 후에는 나트륨(염분) 대비 칼륨 함량이 높은 사과(칼륨:나트륨=90:1)나 오렌지(260:1)를 먹는다. 칼륨이 나트륨을 배출시킨다.

▷혈액과 수분을 근육 사이에 쌓는 근력 운동보다 혈액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한다.

▷흰쌀밥과 밀가루 등 흰색 정제 식품은 삼가고 이뇨 작용을 하는 팥과 율무 등을 섞은 잡곡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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