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혈액 뽑아내 수술 때 사용… 합병증 크게 준다

확산되는 '무수혈' 수술…빈혈 없고 혈액량 충분해야
자궁근종·유방·대장암 등 출혈량 적은 수술 주로 써

자영업자 박모(52·경기도 부천)씨는 2년 전 13시간이 넘는 췌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혈액을 한 방울도 수혈받지 않았다. 자신의 혈액을 수술 전 뽑아내 모아 뒀다가 썼기 때문이다. 암 수술은 무난히 끝났고, 수술 직후 일시적으로 심한 빈혈이 발생했지만 3개월 후 정상으로 회복했다.

최근 남의 피를 수혈받는 대신 자기 혈액을 재활용하는 '무수혈(無輸血) 수술'이 확산되고 있다. 엄밀히는 자가수혈이지만, 통상 무수혈이라고 부른다.

수술 후 합병증, 무수혈군이 낮아

수혈은 수술 시 출혈로 떨어지는 적혈구 수치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올려주는 방법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안전국 관계자는 "헌혈 혈액의 에이즈·간염 바이러스 오염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하고 있으므로 감염 위험은 없다"며 "어지러움, 수혈 부위 멍 등의 헌혈 부작용은 0.09% 정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미지
신장암 환자가 자기 몸에서 미리 뽑아 뒀던 혈액(사진 오른쪽 아래)을 이용한 수술을 받고 있다. 무수혈 수술은 면역이상반응 등의 후유증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암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는 이보다 심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수혈된 혈액 세포들이 환자의 몸 속 세포를 공격하면서 환자 예후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7년간 수술한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무수혈 수술군이 77.8%로 수혈 수술군(51.4%)보다 높았다.

수술 후 합병증도 무수혈군은 장폐색이 유일했지만, 수혈군은 잘랐다가 봉합한 부분이 터지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 여러가지가 발생했다. 따라서, 최근에는 JCI(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을 받은 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전에 수혈 부작용을 명시한 수혈동의서를 환자에게 받고 있다.

◇10년 동안 2~3배 늘어

무수혈 수술은 수혈의 단점을 상당히 줄여 준다. ▷수술 3일전까지 매주 1회 환자의 피를 뽑아 저장했다가 수술 시 사용하는 방법 ▷수술 중 나오는 혈액을 '셀세이버'라는 기기로 모아서 세척한 후 환자 혈관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 ▷수술 직전 동맥에서 혈액을 뽑아 보관했다가 수술 중 혹은 수술 직후 주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빈혈이 없고 혈액량이 충분한 사람에게 적용한다. 빈혈이 심하면(헤모글로빈수치 여성 12g/dL·남성 13g/dL 미만), 2~3주간 미리 입원해서 조혈제나 정맥철분주사제 등으로 빈혈부터 치료하고 무수혈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입원 기간이나 치료비 등의 부담이 크다.

국립암센터 외과 김영우 교수는 "의료 기술상 응급수술이 아니면 대부분의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는 출혈량이 적고 혈액 오염 가능성이 낮은 자궁근종·난소낭종 등 부인과 종양과 유방암, 대장암, 관절수술 등에 주로 쓴다"고 말했다.

◇수혈 무조건 대체할 수는 없어

국내에는 1986년 무수혈 수술이 처음 도입됐지만, 이후 시술은 미미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늘기 시작해, 서울백병원은 2001년 148건에서 2011년 350건, 순천향대병원은 134건에서 427건으로 증가했다. 두 병원을 포함해 27곳의 병원에서 무수혈 수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수혈 수술은 한계도 있다. 중증 폐질환자가 자가혈액으로 수술받으면 호흡부전 가능성이 있으며, 몸 속 혈액의 30%(1500㎖) 이상 급성 출혈이 생기거나, 지혈이 안 돼 출혈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수혈해야 한다(보건복지부 무수혈 수술 가이드라인).

순천향대병원 흉부외과 염욱 교수는 "무수혈 수술은 장점이 많지만 수혈을 무조건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무수혈 수술은 각각의 환자 상태와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