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씨(33)는 지난 여름 휴가만 생각하면 끔찍하다. 바닷가로 여행으로 가서 생선회를 먹고 배탈이 나 구토, 설사, 고열에 시달리다 응급실에 실려갔기 때문이다. 이 후 신씨는 회는 물론 생선 자체를 입에 대지 않는다. 신씨는 “휴가철이 다가오지만 올해는 음식 상할 걱정이 거의 없는 호텔 같은 곳에서 휴가를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씨의 경험처럼 여름은 ‘배탈’이 나기 쉬운 계절이다. 배탈은 대부분 상한 음식을 먹은 뒤 식중독에 걸려 생긴다. 뜨거운 여름에는 세균 증식이 활발하고, 가열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기회가 늘어나 식중독으로 인한 배탈 위험이 높다.
◇상하기 쉬운 음식 1위는 생선
여름철 배탈은 상한 음식에 번식하는 살모넬라균이나 독소 등 때문에 생긴다.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중독 원인 추정식품 1위는 어패류였다. 그 중에서도 광어, 우럭 등 회로 인한 식중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패류 중에서는 굴이 가장 위험했다. 2위는 육류였다. 육류 중에서도 돼지고기가 38%로 가장 많았는데, 상가나 잔칫집에서 흔히 내 놓는 수육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또 손으로 고기를 뜯거나 찢어야 하는 족발, 닭 가슴살 샐러드, 닭갈 냉채도 식중독을 비교적 많이 일으켰다. 그 다음으로 식중독을 많이 일으킨 식품은 김밥이었다. 김밥은 단무지, 시금치, 계란 등 재료 자체가 본래부터 잘 상하고, 여러 가지 재료가 사용돼 어느 한 재료만 문제가 있어도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또 김밥을 마는 과정에서 사람 손을 통해 식중독 균을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매운탕이라도 상온 방치한 생선은 안돼
여름철 배탈의 주요 원인인 상한 음식을 피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회는 생선 등 식재료 자체의 문제보다 조리 방법이 주로 문제가 된다.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생선 껍질이나 아가미에 붙어있는 ‘비브리오균’이 조리기구를 통해 오염되는데, 특히 무허가 업소나 포장마차 등에서 비위생적으로 조리할 때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선 머리와 내장 등도 문제가 된다. 회를 먹은 후 생선 머리와 내장 등을 상온에 방치해 뒀다 매운탕을 끓여 먹는 일이 많은데, 이 때 늘어나는 포도상구균은 독소를 생성한다. 이렇게 생긴 독소는 100℃ 이상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고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다.
육류는 미생물이 가장 좋아하는 단백질이 풍부하므로 냉장 보관 기간을 1~2일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 특히 돼지고기 수육처럼 가열했다 식히는 과정의 온도 변화가 많은 음식이 식중독을 잘 일으키므로 조심해야 한다. 보관할 때는 냉장고 안쪽 깊숙이 넣어 놓는다. 바깥쪽은 문을 여닫을 때 온도가 높아지는데, 한여름엔 이 정도로도 고기가 상할 수 있다. 김밥은 손이 많이 가는 시금치 보다 오이를, 단백질 식품인 계란보다는 당근 등을 넣어 만드는 것이 좋다. 또한 만든 지 2~3시간이 지난 김밥은 과감히 버리고, 냉장 보관해도 12시간이 지나면 먹지 말아야 한다.
◇배 아프고 열나면 식중독 의심
상한 음식을 먹고 배가 아픈 사람은 식중독 증상이 의심돼도 평소처럼 속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중독 증상은 상한 음식을 먹은 뒤 2~3시간, 길게는 8~9시간 후 나타난다. 배 아픈 증상도 평소와 비교할 때 훨씬 강하고, 배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가 뒤틀리는 듯이 아프다. 또 설사가 흔하며, 고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미지근한 물이나 소금물 등을 먹어 토를 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식중독에 걸렸어도 한 두 끼 금식을 하고 이온음료나 당분이 포함된 음료 등으로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24시간 내에 호전된다. 그러나 어린아이, 노인, 만성질환자 등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열이 나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식중독에 걸린 것을 모르고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를 복용하는 일이 있는데, 설사는 장에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지사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