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부모님 무허가 침, 여고생 딸은 귀 뚫다… C형간염의 新감염 경로

입력 2012.05.23 08:04 | 수정 2012.06.01 10:20

C형간염 이렇게도 걸린다
한국인 간암 원인 15% 차지, 2006년 이후 발병 늘어나
92년 이전 수혈받은 사람 혈액검사·점막키트 검사받아야
환자 50~80%, 치료제로 완치… B형과 달리 바이러스 완전 박멸, 완치율 높일 신약 美서 승인

초등학교 3학년 최모(10)양은 최근 C형간염 진단을 받았다. 한 달 전부터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돼서 병원에 데려가 검사시켰더니,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염증 세포가 간에 파고들어 있었다. 최양 부모는 "아이가 수혈받은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C형간염이 없으니 간염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하자, 의사는 "재작년 동네 미용실에서 귀를 뚫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병 추세: 2000년대 중반 이후 늘어

한국인 간암 원인의 15%를 차지하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바뀌고 있다. C형간염은 혈액으로 감염된다. 한국인 100명 중 1명 이상이 앓고 있는데, 과거에는 수혈이 주된 감염 원인이었다. 그러나, 1992년부터 헌혈 혈액은 모두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거치게 되면서, 현재 수혈 감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2002~2005년 사이 매년 1000~2000명대이던 C형간염 발병자는 2006년 이후 4000~6000명대로 늘었다(질병관리본부 조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요즘은 일부 비위생적인 침 시술이나 피어싱 등이 C형간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경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시골에 사는 노년층이나 도시의 젊은 여성을 위주로 C형간염이 퍼진다고 보고 있다.

C형간염은 A형·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90%는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중 상당수는 간경화→간암으로 이어진다〈그래픽〉. 반면, A형간염은 발열·구토 등 증상만 치료하면 만성화하지 않고, B형간염은 1~10%만 만성화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감염 경로: 피부 뚫는 시술이 대부분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에 극미량이라도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다.

침(鍼)·수지침: 비의료인이 소독하지 않고 시술하는 침이나 수지침이든 일반 침이든 오염된 침을 재사용하면 감염될 수 있지만, 위생 관리가 된 침은 안전하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농촌 지역 한 곳의 40세 이상 700명을 조사한 결과, 1992년 이후에 침을 맞은 사람의 15.2%가 C형간염이 의심됐다. 1992년부터는 수혈 감염 가능성이 사실상 없으므로, 이들은 소독하지 않은 침을 맞고 감염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홍보이사는 "현재 한의사는 1회용 침을 사용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농어촌의 노부모가 무허가 침술 치료를 받지 않도록 당부하라"고 말했다.

미용기구=귀를 뚫거나 눈썹 문신을 할 때 쓰는 시술 기구를 통해 감염된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교수는 "미용실 등의 비의료인은 매번 1회용 시술 기구를 쓰거나, 기구를 완벽하게 소독해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시술은 피부과 전문의 등에게 받아야 C형간염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품=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등을 보유자와 함께 쓰면 옮는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침에 섞인 미량의 혈액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가족 중 C형간염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른 가족의 감염률은 4.1~5.3%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관계=성관계 중 혈액이나 정액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C형간염 환자의 배우자 감염률은 12.2%에 달한다(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지 논문). C형간염 바이러스의 성관계를 통한 전염률은 B형간염 바이러스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은 파트너가 백신을 맞으면 성관계를 비교적 안심하고 할 수 있으나, C형간염은 백신이 없으므로 보유자는 치료될 때까지 콘돔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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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주사·먹는 약으로 50~80% 완치

▷병원치료=완치가 안 되는 B형간염과 달리, C형간염은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6개월~1년간 1주일에 한 번씩 페그인터페론 주사를 맞으면서 리바비린 성분의 약을 먹으면, 50~80%의 환자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사라진다.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근 신약을 승인했는데, 국내에는 2~3년 뒤에 들여올 예정"이라며 "이 약을 기존 치료와 함께 쓰면 완치율이 10%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요법=치료제가 안 듣는 20~50%의 환자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술은 한방울도 마시면 안 되고,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최근 C형간염 환자가 치료제와 함께 원두커피를 매일 3잔 이상 마시면 간염 진행이 억제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원두커피가 C형간염 진행을 막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법: 구강점막키트로 20분만에 확인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65%는 자신이 감염됐는지도 모른다(2009년 국립암센터 논문). 임형준 교수는 "C형간염은 황달이나 피로 등 전형적인 간염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992년 전에 수혈받은 사람, 혈액투석 환자, C형간염 환자의 가족, 의료계 종사자 등 고위험군은 C형간염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국내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에선 침이나 수지침을 자주 맞는 사람, 귀를 뚫거나 눈썹 문신을 한 사람 등도 고위험군이니 검사받으라"고 말한다.

C형간염은 혈액검사로 간단히 찾아내며, 비용은 병·의원마다 조금 다르지만 2만원 안팎이다. 최근 잇몸 등의 점막을 진단키트에 묻혀 20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법도 나와 있다. 비용은 혈액검사보다 약간 비싸다.

♣ 바로잡습니다
▲지난달 23일자 A27면 'C형간염의 新감염경로' 기사 중 "집에서 스스로 놓는 수지침을 맞았다가 C형간염 바이러스가 옮는 사람이 적지 않다"를 "수지침이든 일반 침이든 오염된 침을 재사용하면 감염될 수 있지만, 위생 관리가 된 침은 안전하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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