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살리면서 출혈만 잡을 수 있어요
36세에 첫 아이를 가졌던 이모씨는 최근 출산 직후 갑자기 대량 출혈이 일어나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늘어난 자궁 근육이 수축하지 않아 발생한 출혈이었다. 이씨는 과다 출혈로 생명을 잃기 직전 필자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돼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산후 출혈은 아기를 낳다가 숨지는 모성 사망(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4주 안에 임신 및 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 원인 1위다. 우리나라 모성사망비(출생아 10만명 당 모성사망자 수)는 2008년 현재 11.4명으로, OECD 34개국 중 5번째로 높다. 만혼 추세에 따라 늦은 나이에 아기를 낳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모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상인데, 고령 산모는 분만 후 출혈 위험이 훨씬 크다. 또, 과체중아 임신, 양수과다증, 전치태반, 유착태반, 응고장애 질환을 가진 경우 등도 산후 출혈이 많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산후 출혈을 겪었으면 둘째를 낳을 때에도 출혈 위험이 크다.
코피가 났을 때 코를 누르면 지혈이 되는 것처럼, 출산 직후 태반이 박리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출혈은 자궁 근육이 수축하면서 멎는다. 임신 중 자궁으로 유입되는 혈액량은 맥박당 500㏄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지혈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오고, 이 때 신속히 지혈하지 못하면 산모는 숨진다.
분만 후 자궁에서 출혈이 계속되면 피가 멎도록 자궁마사지나 자궁수축제를 투여한다. 이것이 효과가 없으면 자궁을 적출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목숨은 건지지만 이후 임신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자궁내풍선확장술과 자궁동맥색전술로 지혈하면 자궁을 떼어내지 않고 피를 멎게 할 수 있어 산모의 가임 능력을 보존시켜 준다. 자궁내풍선확장술은 자궁 안에 특수풍선이 달린 카데터를 넣어 넓히면서 자궁을 전체적으로 눌러 지혈시키는 방법이다. 풍산확장술로 피가 멎지 않으면 양측 자궁동맥을 젤폼(지혈제)으로 막아 혈액이 자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자궁동맥색전술을 쓴다. 풍선확장술은 20분, 색전술은 30분~1시간이 걸린다.
필자의 병원은 2009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산후 출혈이 생긴 여성 104명을 두 방법으로 치료했다. 그 결과, 환자 생존율 99%와 자궁 보존율 94%를 기록했다. 산후 출혈은 산부인과와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들이 신속히 협진해 빠르게 지혈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고위험 임신부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거나, 출혈 산모를 큰 병원으로 보내는 응급 이송체계를 갖춘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