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도 오랜만에 보게 될 자식과 손주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명절 연휴는 부모님들에겐 허리와 관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설날. 시간대별 주의 사항을 살펴봤다.

▷오전 8시–반가운 손주 덥석 안았다가는 추간판탈출증

설날 노부모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은 역시 손주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손주를 번쩍 들어올렸다가는 허리, 관절에 큰 무리가 올 수 있다. 아이를 순간적으로 번쩍 안아 올리게 되면 아이 몸무게에 4배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10㎏의 아이를 안을 경우 40㎏의 압력을 받게 된다. 만약 달려오는 손주를 번쩍 들어올렸다가는 이 보다 더 큰 압력을 허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이나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압박골절 등이 올 수 있다.

아이를 안을 때는 가급적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서야 한다. 또한 아이를 안고 돌봐야 하는 경우 무게가 분산되도록 최대한 아이를 몸에 붙이고 안고, 가슴과 가슴이 맞닿게 안기 보다는 백허그하듯 아이 등쪽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덜어준다. 돌 전의 아기는 아기띠 등의 보조수단을 이용하는 게 필수고, 아기 띠가 밑으로 처지게 되면 무게가 더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바짝 조여서 안아주는 게 좋다.

▷오전 8시 30분-쪼그리고 앉아 음식 장만하면 척추협착증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음식을 장만할 때 쪼그려 앉아서 한다. 그렇게 되면 허리와 고관절의 굴곡 각도가 커져 허리 근육과 고관절 근육의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하게 된다. 오랜 시간 앉아있을 경우 디스크가 뒤로 밀리는데 심한 경우 척추 뼈 자체도 약간씩 밀리면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협착증세를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등받이가 있는 책상용 의자에 깊숙이 들어앉아 허리를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가슴을 편 상태로 식탁에서 음식을 마련하는 게 좋다. 의자에 앉았을 때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것도 척추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자기 체형에 맞는 의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등받이가 있는 좌식의자를 활용하거나 벽 쪽으로 붙어서 작업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서 오래 서서 일해야 한다면 주방 바닥에 목침이나 작은 상자를 가져다 놓고 한쪽 다리를 번갈아 올렸다 내려주면서 근육이나 허리에 부담을 덜어준다. 손님상을 들 때는 되도록 두 명이 같이 들고, 한 번에 번쩍 들기 보다는 무릎에서 시작해 허리 높이까지 천천히 몸 쪽에 바짝 붙여 들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전 9시–제사 지낼 때 맨 바닥에 꿇어 앉으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차례. 차례는 조상에게 예를 갖춰 지내는 의식이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야 하는 자세 등을 반복적으로 많이 하게 된다. 완전히 무릎을 꿇고 앉게 되면 본인 몸무게에 7배가 넘는 하중이 무릎에 실리게 된다. 더군다나 제사에서는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무릎을 꿇는 행동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70㎏인 사람이 10번을 반복 했을 경우 무릎에 4,900㎏의 하중을 받는 셈이 된다(본인 몸무게 70㎏ x 10번x7배 하중). 이런 엄청난 하중에 더해 맨 바닥에 절을 하면 반월상 연골판에 심한 무리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차례를 지낼 때에는 방석을 깔아 무릎에 오는 충격을 덜어주고, 차례가 끝난 뒤에는 관절을 주물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술잔을 제사상에 올리거나 수저나 접시를 정돈 하는 등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은 똑바로 서 있을 때보다 1.5배의 무게를 허리에 싣게 된다.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은 척추의 흔들림을 크게 하고, 척추 주변 인대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평소 허리가 약한 어르신들은 조심해야 할 자세다. 제사가 끝나면 허리 스트레칭을 해주고 따뜻한 곳에 누워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전 11시–미끄러운 성묘길, 넘어지면 골절 위험

평소에 운동량이 많지 않은 부모님들이 갑작스레 많이 움직이면 근육이 풀어지지 않아 급성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올 설 연휴는 평소보다 빠르기 때문에 빙판길도 조심해야 한다. 돗자리, 제수용품, 제사음식 등을 들고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 넘어졌다가는 손목, 척추, 대퇴골 등에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엉덩방아를 찧는다면 골다공증이 있는 어르신의 경우에 척추 압박골절의 빈도가 매우 높다.

산에 오르기 전에 어깨와 발목 등을 풀어주는 등 충분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하산할 때는 발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평소 평지의 3배에 이르기 때문에 스틱이나 지팡이를 사용하고, 뒤꿈치를 들고 보행하는 기분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뎌 발목과 다리에 오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후 3시–무거운 음식 보따리 들면 디스크 증상 촉발

어느덧 자식들과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부모님들은 그간 장만한 음식들과 과일 등을 바리바리 싸주시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음식을 건네줄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보통 선채로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똑바로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2.2배의 무게를 싣게 한다. 이런 경우 대개 근육이 뭉치는 염좌 증상이 발생하지만, 간혹 디스크 증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경우, 짐을 직접 드는 것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옮겨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무릎을 함께 굽혔다가 무릎의 힘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도록 한다.

척추·관절 바른세상병원 송준혁 원장은 “연휴를 보내고 허리나 관절에 통증이 오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무리를 해서 그렇거니 하고 며칠 쉬면 낫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