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약 먹으면 굳었던 간도 다시 말랑해진다

입력 2012.01.11 09:07

간경화 새 표준 치료법
10년 전부터 치료 효과 나와, 국내외 연구 성과 종합해 작년 말 표준 치료법 공인
B형 간염이 원인이면 70% 이상 치료 효과… 합병증 발병도 50%까지 줄어

20년간 B형 간염을 앓은 이모(50)씨는 2년 전 간경화로 복수가 생겨 세브란스병원에서 항바이러스제(B형 간염약)를 처방받아 복용한 뒤 8주 만에 복수가 사라졌다. 그는 최근 받은 간섬유화스캔 검사에서 간 굳기가 간경화에서 만성 간염 단계로 좋아졌다.

만성 B형·C형 간염이 원인인 간경화에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딱딱한 간이 다시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치료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간경변증임상연구센터와 대한간학회가 공동 작성하고 공인한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 최신 개정판에는 만성 간염과 간경화가 겹쳤을 때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표준 치료법으로 새로 실렸다.

한국인 간경화 85%에 적용 가능

국내 연구에 따르면, 만성 간염 환자의 23%는 10년 내 간경화로 진행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간경변증임상연구센터장)는 "한국인 간경화 원인의 70%가 만성 B형 간염, 15%가 만성 C형 간염"이라며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이 반복돼 생긴 간경화는 원인별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를 쓰면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간염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는 1998년 국내 도입됐다. 이후 간염과 간경화가 겹친 일부 환자에게 쓰면서 굳은 간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2000년대 초반부터 의학계에 보고됐다. 외국에서도 같은 효과가 보고됐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재연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가 모여서 항바이러스제로 간경화가 치료된다는 것이 2000년대 후반 정설이 됐고, 국내 의학교과서에도 실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항바이러스제 도입 초기엔 이 약이 간경화까지 치료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적극적으로 처방하지 않았고, 초기 약은 내성과 부작용이 많아 환자들이 복용을 꺼렸다"며 "아직 국내에 만성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환자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간 섬유화 점수(0점 정상·1~3점 만성 간염·4점 간경화)가 평균 1점 준다는 보고가 있고, 최신 약은 내성이나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법이 표준으로 정립됨에 따라, 앞으로 간경화 환자가 크게 줄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본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간경화를 개선시키는 방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간경화가 개선돼 간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는 간섬유화스캔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B형 간염 원인이면 70~80% 효과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간경화 치료는 B형 간염이 C형 간염보다 국내 적용 대상이 넓고 치료 효과도 좋다. 음주·지방간 등이 일으킨 비(非)바이러스성 간경화에는 이 치료법을 쓰지 않는다.

B형 간염=B형 간염에서 유발된 간경화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하루 한두 알 평생 먹는다. 복수, 식도정맥류, 간성혼수 등 간경화 합병증이 있는 사람도 효과가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최신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약 70~80%의 환자가 효과를 본다"며 "간경화 합병증 발병률도 30~50%까지 준다"고 말했다. 최근엔 약을 평생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는 "일부 의료진은 조직검사로 간 굳기가 만성 간염 단계로 돌아오면 약을 끊기도 한다"고 말했다.

C형 간염=24주에서 1년간 항바이러스 주사약을 1주일에 한 번 맞고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다. 간경화 합병증이 없을 때만 이 치료법을 적용한다. 정 교수는 "C형 간염이 간경화의 원인인 경우, 합병증이 겹쳤을 때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간기능이 더 나빠진다"며 "치료 효과도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치료 후 간경화 합병증 발병률도 줄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 교수는 "항바이러스제가 국내에 도입된 뒤 간경화 사망자가 5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젠 과거처럼 간경화를 불치병이라고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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