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심장병은 발기부전과 함께 찾아와

성기능과 혈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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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규 인하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얼마 전 42세 남성이 필자의 병원에 입원했다. 갑작스러운 흉통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왔다가 협심증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이 남성은 2년 전부터 발기력이 떨어져 부부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대수롭잖게 넘겼다고 했다. 협심증을 일으킨 관상동맥경화는 그때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발기부전이 동맥경화의 경고등이었다.

심뇌혈관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덮쳐 순식간에 생명을 위협한다. 따라서 발기부전이 이런 질병의 선행 증상이 되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귀중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발기부전은 50대 남성의 50%, 60대의 60%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발기부전이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 증상으로 올 수 있다는 학설이 대두됐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뇌경색을 앓은 환자, 또는 협심증으로 관상동맥우회수술을 받은 환자의 과반수가 발병 이전에 발기부전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발기부전이 처음 나타나고 평균 3년 후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온다는 연구 보고도 뒤따랐다.

발기부전과 심뇌혈관 질환이 어떻게 관련될까. 발기 조직을 포함한 인체의 혈관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혈관의 가장 안쪽 면인 내피세포층은 혈액 내의 나쁜 물질이 혈관벽을 통해 주위 조직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혈액 내 물질의 통과를 막는 '이음새 단백질'이 내피세포와 내피세포 사이에 자리잡은 덕분이다. 인하대병원 연구 결과, 발기조직은 일반 혈관조직보다 이음새 단백질이 부족하고 느슨하게 분포돼 있었다. 혈관 질환이 있는 발기부전 환자의 음경 발기조직은 이음새단백질 감소가 훨씬 심각했다. 반면, 발기조직 이외의 혈관은 이음새 단백질의 양과 밀도가 정상에 가까웠다. 당뇨병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도 유사하다. 당뇨병 쥐의 음경 조직은 다른 조직보다 혈액 내 독성물질이 잘 빠져나갔다. 이런 쥐의 음경에 이음새 단백질을 강화시키는 물질을 주입해 보니, 독성물질 통과가 차단되고 발기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즉,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같은 혈관 질환이 생기면, 혈액 속 독성물질이 다른 장기보다 음경의 발기조직을 초기에 손상시키기 때문에 발기부전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동시에 혈관질환은 발기부전이 일어난 후에 점차 진행되다가 나중에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으로 발전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발기력이 예전만 못한 상태가 계속되면, 혈관 상태를 체크해보자.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미리 찾아내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