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출산을 거치며 30대 중반에 '세 자리 수'의 몸무게로 불어난 여성이 온갖 다이어트에 쓴맛을 보고 나서 위 밴드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외래 진료실을 찾아와 목소리를 높였다.
위 밴드 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여 식사량을 감소시키는 고도비만 수술이다. 특수 밴드를 복강경으로 배 안에 집어넣고 혁대로 조이듯 위의 일부를 묶는다. 흥분된 환자를 가라앉히고 수술 후 어떻게 생활했는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러다가 이 여성의 체중이 줄지 않은 이유를 찾아냈다. 전신마취 수술 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에 좋다는 여러 가지 과일과 견과류를 수시로 갈아 마신 것이다. 세 끼 식사는 필자가 시킨 대로 부드럽고 포만감이 오래가는 단백질 위주 식단으로 소량 먹었지만, 식사 이외의 '간식 섭취량'까지 더하면 하루 섭취 칼로리가 1500㎉를 훌쩍 넘은 것이다. 이래서는 체중이 줄 수 없다.
위 밴드 수술은 식사량 등 다양한 생활 습관을 체중 관리를 하기 쉬운 상태로 이끌어 주는 수술이다. 이 수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급격한 체중 감소가 아니라, 건강한 식사 습관을 갖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체중이 줄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몸무게를 더 빨리 줄이고 싶다"면서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필링(수술한 뒤 포트에 식염수를 주입해 밴드를 조여 음식량을 줄이는 시술로)을 해 달라고 찾아오는 환자가 있다. 필자는 "그러면 영양결핍 때문에 건강 자체를 잃게 된다"고 설명한다.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는 고도비만 환자는 일반적인 치료(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 인지행동요법)만으로는 실망스런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 체중을 안정적으로 감량시켜주고, 감량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이 고도비만 수술이다. 고도비만 수술 중에는 위의 일부를 아예 잘라내는 방식도 있다. 반면, 위 밴드 수술은 위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유일한 수술법이다. 환자의 몸무게가 줄어드는 추이와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치료 과정을 조절할 수 있고, 치료가 끝난 뒤 밴드를 꺼내면 위가 원상회복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병원을 자주 방문해 진료받으면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비만은 엄연한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은 생활습관 속에서 서서히 개선하면서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