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병률(55)씨는 가슴이 조이는 극심한 통증을 느껴 세종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로 들어서자마자 심전도 검사를 통해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혈관 촬영을 했다. 그 결과 오른쪽 관상동맥이 거의 막혀 있었다. 곧바로 당직 중인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스텐트 시술을 받았으나 혈류량이 확보되지 않아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켰다. 다시 수술실로 옮겨졌고 당직 중이던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관상동맥우회로술을 받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관상동맥우회로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90분에 불과했다. 90분은 미국심장학회에서 환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도착한 후 스텐트 시술을 받기까지의 권장 시간이다.
세종병원 순환기내과 박진식 과장은 "일반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해당과의 전공의나 전임의가 대기하다 응급환자가 오면 수술을 주도하는 스탭에게 연락을 취한다"며 "그러나 세종병원은 당장 수술을 주도할 수 있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과, 응급의학과 스탭이 365일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필요하면 즉시 협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빠른 시간 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혹시 모를 응급 수술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진 시스템, 대학병원이 벤치마킹
대학병원도 어려워하는 심장 수술을 세종병원과 같은 개인병원이 개척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협진시스템의 공이 크다. 박진식 과장은 "심장 수술은 응급 환자가 많고, 막상 수술을 하다 보면 흉부외과, 심장내과 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순간순간 협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은 병원이 작다보니 진료과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무엇보다 박영관 회장이 개원 당시부터 매일 아침 6개의 진료과 의료진을 모아놓고 전날 진료한 환자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모닝 컨퍼런스'를 열어 협진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박진식 과장은 "우리의 협진 시스템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세종병원 출신의 교수들이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8월에는 30억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열어 협진의 효율성을 더 높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심장병의 진단부터 내과적 시술, 개복 수술까지 모두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수술실이다. 환자들은 검사실과 수술실을 오가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고, 의료진은 환자 이동에 따른 인적, 시간적 낭비를 줄여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상동맥우회로술 가장 잘하는 병원
의료진의 수술 실력도 최고를 자부한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병원평가 자료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관상동맥우회로술' 분야에서 1등급(최고 등급)을 받았다. 관상동맥우회로술은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위가 여러 군데이거나 심하게 막혔을 때 가슴을 절개한 뒤 관상동맥의 막힌 부위를 우회해 피가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세종병원 흉부외과 나찬영 부장은 "관상동맥우회로술은 수술이 매우 까다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흉부외과 의사의 수술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종병원은 총 병상(327병상) 대비 중환자실의 병상(43병상) 비율이 국내 최대 규모이다. 세종병원 응급의학과 송봉규 과장은 "규모가 작은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증 환자를 보고 있다"며 "지금도 전국의 대학병원으로부터 까다로운 환자의 수술을 의뢰받는 등 4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 부검 연구결과 출간하기도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세종병원은 심장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자 수술 중 어린이 사망 환자가 생기면 보호자를 설득해 심장을 모아 놓고 꼭 부검의 과정을 거친다. 심장 부검을 통해 진단, 수술과정을 면밀히 검토해서 사망 원인을 끈질기게 분석해내고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 결과로 부검환자 케이스를 정리해서 엮은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책(Congenital Heart Disease)을 펴내기도 했다.
또한 1995년부터 연 1~2회 심장해부병리학을 공부하기 위한 '3-day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세미나는 국제심장학연합회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았고, 국내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 작년부터는 '세종심포지엄'을 개최해 국내 심장 전문가들과 심장 수술의 최신 지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