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환자의 오해
요즘은 예전보다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새로운 항암약제는 한 주기(2~4주)에 하루 혹은 이틀 정도만 투여하면 되는 약이 많고, 부작용이 적어서 입원 관리할 필요가 적어진 덕분이다. 여기에 먹는 항암제가 많아지면서 입원의 필요성이 더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암환자가 많이 몰리는 대형병원의 경우, 통원치료가 가능한 항암치료를 입원해서 받으려면 치료 일정이 늦어져서 치료에 오히려 더 불리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항암치료술은 발전하는데 예전의 정보에 기대어 오해하는 환자가 많다. 유방암 환자 최모씨는 "비용은 감수할 테니 탈모가 되지 않는 고가의 항암제로 치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 환자에게 '머리가 빠지는 항암제'를 썼다. 탈모는 항암치료의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이다. 탈모는 약제의 종류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비싼 약이라고 탈모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나온 항암제일수록 값이 비싸고 탈모 부작용이 적게 생기는 경향은 있지만, 암의 종류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항암제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경우 탈모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완치가 가능한 상태, 예를 들어 유방암 수술 후 투여하는 항암치료 등은 더욱 그렇다. "다른 환자에게는 머리가 빠지지 않는 항암제를 쓰면서 왜 나에게는 탈모 항암제를 쓰느냐"고 섭섭해할 일이 아니다.
항암치료가 일정보다 연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환자는 자신의 몸 상태가 악화되서 그렇다고 겁을 먹거나, 병원 스케줄이 바빠서 뒤로 미룬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항암치료는 일정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먹는 약을 제외하면, 며칠 동안 항암제를 투여한 뒤 항암제를 써서 약해진 몸을 회복시키는 기간을 둔다.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할 때는 이전의 항암치료에서 육체적으로 회복됐는지, 영양상태는 양호한지, 혈액검사에서 이상은 없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런 평가 결과가 부적절하게 나오면 항암치료를 일정 기간 연기 혹은 중지한다. 백혈구 수치가 다음 번 치료를 감당할 만큼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항암제가 원래 잘 듣지 않아 중단하는 경우는 있지만, 잘 치료되던 암 자체가 악화돼서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치료를 연기하거나 그만두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