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구매 어떻게
엄모(55·서울 대방동)씨는 “연로해서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장인어른께 추석 선물로 보청기를 해 드리려고 알아보다가 지쳤다”며 “물어보는 사람마다 ‘병원부터 모시고 가라’, ‘바로 사도 된다’고 대답이 다르고, 보청기 제품도 워낙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청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만 10가지가 넘는 브랜드가 저마다 수십가지씩의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자신에게 최적인지 알기 어렵다.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아 구입해야 하는지, 안경을 맞추듯 전문 판매점에 바로 가서 사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중이염 등 다른 질병이 귀 어두운 원인일 수도
귀가 어두워졌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면 이비인후과에 먼저 가야 한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는 "난청은 노화 뿐 아니라, 중이염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청기를 맞추기 전에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이비인후과 임상빈 원장은 "이비인후과에서는 주파수대별로 어떤 크기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지 측정하는 '순음 청력검사', 단어를 구별해 내는 '어음 판별검사', 소리의 피로도를 측정하는 검사 등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노인성 난청이 확인된 사람은 보청기 전문판매점에 바로 가도 된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보청기 착용을 원하는 사람을 1주일에 한 번씩 모아 보청기업체의 청능사와 직접 연결시켜준다. 청능사는 청력 검사부터 보청기 적응까지 시켜주는 '보청기 피팅'을 담당하며, 민간 자격증인 청능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보청기 판매점에 대개 한두 명씩 있으며, 병·의원에 상주하는 청능사도 있다. 지멘스보청기 강순애 청능사는 "디지털 보청기의 볼륨·주파수 조절 등 최대 수백가지에 이르는 환경 설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착용할 사람에게 맞게 설정해 준다"고 말했다.
◆같은 보청기도 판매점마다 가격 약간씩 달라
안과의사가 안경을 직접 팔지 않듯, 이비인후과의사도 보청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이비인후과에서 검진받아도 보청기 처방을 받아 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가장 먼저 형태를 고른다. 형태는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의 '고막형', 엄지 손톱 크기의 '귓속형', 귓바퀴에 걸치는 '귀걸이형' 등이 있다. 임상빈 원장은 "치아 임플란트를 할 때 본을 뜨듯, 실리콘으로 귓속 형태를 본떠서 보청기의 모양을 맞춘다"고 말했다.
형태 다음으로 몇 채널 제품을 구입할 지 결정한다. 2채널부터 16채널까지 나와 있다. 채널 수가 많을수록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지만, 가격도 비싸다. 2채널은 귀 한쪽당 100만~200만원대이며, 16채널은 최고 500만원대에 이른다. 보청기는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점마다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 구입할 때는 나중에 고장날 경우 판매점에서 바로 수리해 주는지, 수리가 오래 걸리면 대여 보청기를 제공하는지, 보청기 분실 보험을 들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착용 적응기간 중 실이 측정 해주기도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두세 달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친다. 그 동안 1~2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 검사를 받는다. 대부분의 판매점은 보청기 착용감이 편안한지 등의 주관적 느낌을 묻고, 볼륨 등 환경 설정을 조절해 주는 정도이다. 일부 병원과 판매점은 보청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응하고 있는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실이 측정'을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