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지는 장년층 기억력
휴대폰 부품 사업을 하는 김모(58·서울 강남구)씨는 50대 중반을 넘어서부터 건망증이 심해졌다. 3년전에는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10분 동안 끙끙대다가 결국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아내가 첫 번호를 말하자 기억이 났다.
김씨는 병원에 가서 신경인지기능검사와 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의사는 "노화로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기억력이 감퇴한 것"이라며 "기억력을 높이기 위한 생활 요령을 따르면서 뇌 건강을 유지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던 그는, 올초 말하려는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회사 통장 비밀번호까지 잊어버렸다. 담당 직원에게 비밀번호를 확인하고도 "그랬던가" 하는 등 기억력이 계속 나빠지자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3년 사이에 건망증이 경도인지장애로 진행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정상인보다 떨어진 치매 전 상태로, 환자는 본격적인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5배 이상 높다.
사람의 뇌세포와 두뇌 활동은 16~18세까지 성장하고 활성화한다. 그 이후부터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30대부터 순간순간 건망증이 나타난다. 이런 기억력 감퇴는 정상적 노화 현상이지만, 일부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이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기억력 감퇴는 노화로 약해진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는 경고등"이라며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는 '뇌줄기세포'가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올바른 습관을 유지하면 평생 동안 뇌신경세포가 만들어지면서 기억력이 다시 좋아지고 오래 유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