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긴다] 협진으로 지친 마음까지 보듬어

학원을 운영하는 장모(54)씨는 지난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의사에게 "직장암이 의심되며,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 대장암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직장암 4기로 판명됐다. 암은 이미 간 여러 부위에 전이돼 수술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장암센터에 소화기내과, 외과, 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들이 모였다. 협진팀은 논의를 거듭한 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부터 해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항문을 살리면서 암을 제거하기로 했다. 이 방침대로 치료받은 박씨는 암이 깨끗이 사라졌고, 항문도 보존할 수 있었다. 대장항문외과 오승택 교수는 "가톨릭암병원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며 "협진을 하면 특정 과목에서 단독으로 치료할 때보다 완치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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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사진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림프종팀이 환자와 협진 회의를 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11가지 암 다학제 협진팀 구성

다학제 협진이란 여러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이 한 환자의 사례를 놓고 토론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진료방식이다. 가톨릭암병원 전후근 원장은 "다학제 협진은 집을 지을 때 설계, 시공, 디자인, 실내장식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협력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다학제 협진이 대부분의 암환자 진료에 적용되며, 암 전문 치료기관으로 인증받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은 간담췌암팀, 부인암팀, 유방암팀, 뇌신경종양팀, 두경부암팀, 골연부조직종양팀 등 총 11가지의 암 종류별로 다학제 협진팀이 구성돼 있다. 각 팀은 다시 진단과 치료 분야로 나뉜다. 진단 분야에서는 진단방사선과·중재방사선과·임상병리학과 등이, 치료 분야에서는 종양외과·방사선종양학과·종양내과·종양간호학·종양약리학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각 질환별로 매주 한두 번씩 다학제 협진을 한다.


가톨릭 정신에 따라'전인적 치유' 접목

이 병원은 가톨릭 정신에 근거해 다학제 협진에 '전인적 치유' 개념을 접목했다. 협진을 환자의 신체적인 암 치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 치유를 위해서도 다학제 협진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인적 치유를 위한 협진에는 영양관리, 통증치료, 감정조절, 종교적 지지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암전문간호사가 입원한 암 환자를 대상으로 불안과 우울 정도를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와 협력해 정서 안정을 위한 치료를 시행한다. 각 병동마다 '담당영양사제도'를 두고 있어, 암환자는 입원하는 동안 1대 1 영양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요가, 음악, 미술, 연극, 댄스 교실 등을 열어 환자들의 항암 의지를 북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