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열풍과 함께 돌아왔다! 조영남의 건강시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조영남을 만났다. 언제나 웃고 있는 남자 조영남, 그는 시계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건강과 운명을 연결짓는 ‘묘한’ 건강론자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흐린 하늘 아래 탁 트인 한강이 마치 열두 폭 병풍화처럼 펼쳐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커다란 창 앞에서 한 남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너덜너덜한 빈티지 팬츠에 징 박힌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영락 없는 ‘청년’이다. 시계를 흘끗 본 그가 “자, 시간 됐구나. 나 이제 전화걸게”라며 전화기를 든다. 얼마 뒤 테이블 위에 소주 안주에나 어울릴 법한 쫄깃한 광어회 한 접시에 시원한 모밀 세 그릇이 올랐다. 오전 11시,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 조영남의 집이다.

전방위 예술가 조영남

조영남은 ‘전방위 예술가’다. 그만큼 그의 직업은 다채롭다. 어느 날은 ‘일라일라’와 ‘화개장터’를 부르는 가수, 어느 날은 화투 그림을 그리는 모던 아티스트, 또 어느 날은 진지하게 글을 쓰는 작가, 그리고 매일 아침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하는 라디오 DJ가 된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출연진처럼 화려한 무대를 펼치지 않고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저력을 발휘해 ‘신세대도 다 아는’ 뮤지션이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를 통해 즉석에서 부른 조영남과 그의 ‘세시봉’ 친구들의 하모니가 1년이 가깝도록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조영남은 어리둥절했다. 갑작스러운 대중의 반응에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출간을 미뤄온 《쎄시봉 시대》(민음인)를 얼마 전 발간하고, ‘세시봉(C’est Si Bon·기분 좋다)’한 ‘기분 좋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건강 + 재미 = 젊음

조영남은 아침저녁으로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선선한 주말 새벽엔 지인들과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친다. 한때는 집 안에 탁구 연습기를 둘 만큼 탁구를 즐겼고, 가끔 그의 집 1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도 들러 운동을 한다. 그렇다고 그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냐 하면 그렇지 않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골프를 치는 것도, 가끔 피트니스 센터에 가는 것도 그의 말을 빌리면 ‘건강 플러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운동 가고’ 하는 정해진 일과표를 짜서 그 틀에 맞추는 것은 딱 질색이다.

“난 재미스트야. 다 재밌어야 해. 뭐든 습관이 되면 중독도 되고 재미가 아주 쏠쏠하지. 그래서 일어나마자 기분 나면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한 바퀴 도는 거지. 요즘엔 주말마다 필드에 나갔어. 골프장은 산이니까 아침 일찍 가면 선선하니 재밌어. 그 재밌는 걸 한 달에 몇 번 정해 놓고 나간다고 생각해 봐. 아, 생각만 해도 끔직해.”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 데 비해 그처럼 늙지 않기도 쉽지 않을 텐데 스타일도, 외모도, 심지어 머리숱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타고난 거지. 작년에 세상을 뜬 이윤기(신화학자, 소설가) 같은 친구는 나보다 두 살 아랜데도 몇 살 위로 보였어. 그렇게 보일 수 있잖아. 그래서 우리끼리 약속을 했어. ‘야, 윤기야! 바깥에서 만나면 너한테 형이라고 그럴게, 우리끼리 있을 때만 나한테 형이라고 불러라. 그게 사람들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 그렇게 늙어 보이는 놈이 동생이고 젊어 보이는 놈이 형이라는 건 웃기잖아. 그래서 그렇게 했지. 그렇게 하다가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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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그는 건강을 운명론적으로 해석한다.
“건강해 봤자 그게 운명을 가르진 않더라고. ‘원래 건강했는데 병이 났다’ 이 말도 틀린 것 같아. 내 가까운 친구들은 다 죽었어. 최윤희, 이윤기….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 죽는 걸 보면서 ‘아, 이거 건강하고 관계 없구나’라고 생각했지. 그 사람들이 죽지 않으려고, 건강하지 않고 싶어서 대충 살다 죽었겠어? 다들 건강하게 살고 싶었는데 죽었겠지. 친한 친구들인데 벌써 죽어 없어졌지. 원래 건강했어. 일단 나보다 나이가 다 어리잖아. 그러니까 나는 참 어이없는 거지. 건강이라는 건 신이 주는 거야. 내가 이렇게 주장하거나 우겨서 될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지.”

조영남과 사람들

그의 주변에는 유독 사람이 많다. 윤형주·이장희·송창식·김세환 등 세시봉 멤버는 물론이고, 나이를 초월한 수많은 여자친구(?) 그룹과 20년을 동고동락한 매니저, 여든 살의 가사도우미 할머니까지 남녀불문 나이초월이다. 이혼 후 조영남에 대한 평판이 최악으로 떨어졌을 때 야간 업소에서 처음 만난 지금의 매니저는, 이제는 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만큼 소중한 존재다. 구부정한 허리로 배달 온 광어회를 곱게 가져다 준 가사도우미 할머니 역시 그에겐 20년을 함께한 또 다른 가족이다. 지란지교를 꿈꾸고 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삶 아닌가.

“운인 거 같아. 내가 좋은 할머니를 만난 것도,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난 것도. 내가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난 걸까? 내가 운이 좋으니까 그런 거야. 그건 성공했는데 실질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족 관계는 실패했지. 이혼을 두 번이나 했으니까. 그 방면으로는 실패한 거지. 성공하지 못한 거야.”

조영남은 ‘24살 여자친구가 있다’는 등 이색발언으로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점령한 ‘스캔들 메이커’가 아니었던가. 문득 조금 전 ‘후루룩’ 모밀을 들이키며 그가 내뱉은 ‘유명해진다는 건 헛소문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라는 말이 떠올라 내친 김에 ‘연애’에 대해서도 물었다.

“내가 연애하고 있나? 내가 여자친구를 만나는 게 연애냐 아니냐 그 규정을 어떻게 내리지? 여자친구와는 일상적인 친구 관계, 우정을 유지할 수도 있고….”

만나서 영화 보고 수다 떨면 우정이고, 뽀뽀하고 손잡는 것은 연애라는 유치한(?) 정의에 잠시 고민하던 그가 이렇게 답한다. “그렇지. 그렇게 되면 연애하는 친구도 있고, 우정을 이어가는 친구도 있고, 부인만 없을 뿐이야. 재혼 생각 없냐고? 생각이 없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없었으니 이제 혼자 있는 게 습관이 돼서 어려운 것 같아. 그건 내 운명이지. 운명 이야기를 내가 많이 하는데 살다 보면 ‘이거다’ ‘원인이 이런 거다’라고 규정 짓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잖아. 그럴 때 운명 핑계를 많이 대지.”

그는 “딱히 죽기 전에 꼭 이루고픈 소망이나 꿈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좋아하는 여자와 연애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도 좋아하는 여자와는 연애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여자친구가 들으면 서운하겠다 싶을 만큼 솔직한 속내를 말한다.

“음… 그게 한도 끝도 없잖아. 내가 꽃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 생각할 수도 있고, 이것보다 더 이쁜 게 있겠지 상상할 수도 있잖아. 그런 뜻이지. 당신이 좋은 남자를 꿈꾸듯 나도 막연히 멋있는 여자가 있겠지 생각하는 거지.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고, 그래서 쌍방이 좋아하고 그런 상태를 최상의 상태라고 하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구태여 하나 대라면 바로 그것이야. 그런 최상의 연애가 하고 싶어. 물론 그럴 가능성이 많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