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자도 졸리는 기면증
멀쩡하다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질병인 기면증이 드물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이 기면증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의료계는 우리나라의 기면증 환자가 2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하는데,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기면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1454명에 불과하다"며 "충분하게 잤는데도 낮에 과도하게 졸음이 쏟아지거나 일반적으로 잠 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졸면 기면증을 의심하라"고 말했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는 "기면증은 평생 계속되기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지고 대인관계장애·우울증이 나타나며, 운전하다가 졸음에 빠져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원인= 기면증은 뇌의 시상하부에 '히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세포가 죽으면서 생긴다. 이 세포가 죽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면역기능의 문제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히포크레틴은 우리 몸에서 형광등을 켜는 전기스위치 같이, 낮에 활동할 때는 각성 상태를, 밤에는 잠에 빠지게 한다. 히포크레틴이 줄면 형광등이 깜박이는 것 같이 낮에는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고 밤에는 잘 자지 못한다. 기면증은 보통 10대 후반에서 20~30대에 많이 생기지만, 다른 연령대에서도 발병한다.
◆증상·진단= 낮에 꿈을 꿀 정도로 졸고 밤에 잘 자지 못하는 것 외에, 기면증 환자 10명 중 7명은 갑자기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생긴다. 윤 교수는 "탈력발작이 오면 잠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고개가 떨어지거나 몸이 풀어져 맥없이 주저앉거나 넘어진다"고 말했다. 의식은 멀쩡하지만 근육의 힘이 없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마비'와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을 느끼는 '입면환각'도 10명 중 4명이 경험한다.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검사로 진단한다. 수면검사실에서 하룻밤 자면서 하는 수면다원검사로 다른 수면장애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어 낮잠을 반복해서 재우는 수면잠복기검사로 기면증을 확진하는데, 잠든 직후에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이 5회 중 2회 이상 나타나면 기면증이다.
◆치료·관리= 중추신경각성제·항우울제·수면제로 치료한다. 낮에 잠이 쏟아지는 증상은 중추신경각성제인 프로비질 등으로 조절한다. 탈력발작에는 항우울제를 쓰고, 야간 수면장애는 수면제를 처방한다. 수면습관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기면증 환자는 오전에 한 번 점심에 한 번씩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20분 이내로 낮잠을 자고, 밤잠은 자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 7~8시간 정도 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