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앞둔 암환자는 치료 과정에 대해 암 자체에 못지 않은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구역질·어지럼증·탈모·발진·설사 등 온 몸에 나타나는 항암제 부작용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런 부작용을 줄여 주는 표적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입원 않고 집에서 먹는 표적항암제도 나와
일반적인 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라고 부른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하던 머스터드가스의 유도체가 백혈병 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지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일반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모공이나 위점막 등 다른 세포보다 세포분열이 빠른 정상세포에도 강력한 독성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됐다. 최초의 표적항암제는 2001년 출시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노바티스)이다. 글리벡은 평균 생존기간이 3~5년에 그쳤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의 6년간 생존율을 95%로 끌어올렸다. 이후 폐암 치료제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 유방암 허셉틴(로슈), 대장암 아바스틴(로슈)과 얼비툭스(머크) 등이 개발됐다.
2000년대 들어 계속 개발되고 있는 표적항암제는 암 환자의 항암치료 부작용을 크게 줄여준다. 강북삼성병원 항암조제실에서 환자에게 투여할 표적항암제를 준비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일반적인 항암제는 모두 정맥주사로 투약하지만, 일부 표적항암제는 '먹는 약'으로 나왔다. 글리벡, 이레사와 신장암 치료제인 수텐(화이자), 간암치료제 넥사바(바이엘)는 먹는 표적항암제이다. 먹는 약은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일상 생활을 하면서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시켰다.
여러 암에 효과를 보이는 표적항암제도 있다. 타쎄바(로슈)는 원래 폐암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엔 췌장암 치료 효과도 확인됐다. 얼비툭스는 기존의 항암제로 듣지않는 대장암의 2차 치료에 처방하는 약이지만, 현재 대장암과 폐암의 1차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요법과 병행하면 두경부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한편, 글리벡·이레사 등 초기에 개발된 단일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기능을 가졌지만 최근에 나오는 다중표적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경로까지 차단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넥사바·수텐이 대표적이다.
◆바이오마커 검사로 표적 확인한 뒤 투약
표적항암제는 약에 반응하는 특정한 표적을 가진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특정한 표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이오마커는 폐암의 '표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유방암과 위암의 'HER-2' 유전자, 대장암의 'KRAS', 만성골수성백혈병의 'Bcr-Abl', 위장관기저종양(GI ST)의 'C-KIT' 등이다. 이러한 표적이 없는 환자는 표적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없으므로 투약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내 제약사도 표적항암제 개발 중
지금까지 나온 표적항암제는 모두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약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제약사도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백혈병치료제 '라도티닙'의 임상시험 2상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으며, JW중외제약은 대장암과 백혈병 표적항암제인 'Wnt'를 개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모든 암의 혈관을 차단하는 '아파티닙 메실레이트'를 임상실험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의 표적항암제 'DWP 418'을 개발중이며 한미약품은 유방암·폐암·위암 등 여러 암에 작용하는 다중표적항암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
도움말=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오석중 교수,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장세진 교수 저작권자 ⓒ 헬스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