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사는 김영숙(78)씨는 17년 전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지만 생계가 어려워 변변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1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 3남매가 출가한 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됐으나, 생계보조비 20만원으로는 사글세를 내면 남는 게 없어서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빌딩 청소일을 해왔다. 퉁퉁 붓는 무릎으로 하루에도 계단을 수십번 오르내리기를 11년 째, 몇 달에 한 번씩 통증이 극심하면 119구조대나 경찰의 도움으로 동네의원을 찾아가 '연골주사'를 맞으며 버텨왔지만, 최근 이마저 할 수 없을 만큼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됐다. 김씨는 결국 일을 놓았다.
김영숙씨가 첫번째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의료진의 진찰을 받고 있다. 김씨는 오
른쪽 무릎까지 수술받은 뒤 꾸준히 재활치
료를 받으면 6개월~1년 안에 가볍게 뛸 수
있을 만큼 좋아지게 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
◆보행기 타고 입원했다가 걸어서 퇴원
그러던 김씨가 지난달 23일 무릎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헬스조선이 주최하고 연세사랑병원이 후원하는 '사랑의 관절 치료 캠페인'의 수혜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김씨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던 사회복지사가 대신 신청해줬다. 병원에 처음 가는 날 김씨는 걸을 수가 없어 보행기를 탔다. 정밀검사 결과, 양쪽 무릎 연골은 다 닳아 없어졌다. 특히 왼쪽 무릎은 O자형으로 휘어 윗뼈와 아랫뼈의 마찰이 심해 수술이 급했던 상황. 병원 첫 방문 3일만에 수술을 받았다. 금주 중 오른쪽 무릎인공관절수술까지 마치면 매일 30분씩 무릎을 꺾는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이달 하순 목발을 짚고 걸어서 퇴원한 뒤 후속 재활 치료를 받는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이 내 뼈가 다 오그라붙었다고 말했는데,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난다"며 "꿈에도 생각 못하던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으니 여한이 없고, 그동안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 뭐든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매달 3명씩 무료 수술 수혜자 선정
'사랑의 관절 치료 캠페인'은 60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 2월부터 현재까지 180명이 신청했고, 51명이 검사대상자로 선정돼 연세사랑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이들 중 김씨와, 전기공사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이순길(68)씨, 충남 보령에서 텃밭에 고추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김명순(가명·70)씨 등 10명이 최종 수혜자로 결정돼 무료 수술을 받았다. 이번 캠페인은 내년 2월까지 매달 3명씩 수혜자를 선정한다. 헬스조선닷컴(www.healthchosun.com)의 캠페인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면 된다. 심사 결과는 개별 통보한다. 문의 (02)724-7683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80~90%는 여성이다. 구조적으로 남성에 비해 허벅지의 기본 근력이 약해 무릎으로 받는 하중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관절의 퇴행 속도가 빠르다. 저소득층은 퇴행성관절염이 더 일찍부터 심하게 나타난다. 별다른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없이 젊을 때부터 몸을 써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60~70대가 넘어서도 생계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퇴행성관절염은 통상 한 쪽 무릎관절부터 닳지만 늙도록 고된 일을 하는 저소득층은 양쪽이 함께 닳는 경우가 많다"며 "양쪽 무릎관절이 동시에 마모되면 바깥 출입을 아예 못하고 집안에서 기어다니다시피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