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헬스조선닷컴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터라 방문 도시마다 건강식품 전문점과 대형 마트 약품·건강기능식품 코너를 둘러봤습니다. 종로5가 대형약국 10배가 넘는 넓이의 약품·건강기능식품 코너에는 감기약이나 진통제는 물론이고 항생제나 항균제 같은 전문의약품까지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습니다. 또 고혈압, 당뇨병, 전립선질환 등에 효과적이라는 건강기능식품이 끝도 없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한국에선 건강기능식품이 특정 질환에 효과 있다는 표기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헬스조선 대표
직업 의식의 발로인지 약물 부작용 문제가 궁금해 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미국서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한 한국인 의사는 미국인은 대부분 감기, 위장병, 눈병, 피부병 등에 대한 자신만의 처방이 있어서 병이 생기면 수퍼마켓 등에서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사서 '자가 치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선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는 병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가르치는데, 한편 당황되면서 한편 신기했습니다.
요즘 약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 대립이 첨예합니다. 정부가 박카스, 까스명수, 마데카솔 등 일반의약품 44종의 편의점·수퍼마켓 판매를 추진하자 약사들은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총력 반대해서 정부 계획을 백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여론의 역풍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편의점 판매가 다시 추진되자 이번엔 칼끝을 의사로 돌렸습니다. 약사들은 위장약, 인공눈물, 비아그라 등의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해 약국에서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의사들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총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약사가 말하는 '국민건강'의 핵심은 '약물 부작용'입니다. 약은 언제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무리 대중적인 약이라도 약사만 판매해야 하며(약사측),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라도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의사측)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카스를 팔면서 복약 상담을 하는 약사가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또 늘상 이용하는 위장약을 약사가 팔면 위험하다는 의사 주장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약 판매를 둘러싼 의사와 약사의 속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일반의약품은 물론이고 전문의약품까지 광고를 해서 약품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건강기능식품도 자유롭게 선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할테니 소비자가 자기 책임 하에 선택하라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와 약사는 국민을 아기처럼 보호하려 듭니다. 그래서 설혹 부작용 가능성이 10만 분의 1이라 할지라도 그런 '위험한 선택권'을 넘겨 주려 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인 자신들이 시시콜콜히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처럼 약품 선택을 방임해도 문제지만 자신들만 독점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