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암 이길 수 있다] 뇌 밑바닥에 생긴 암도 수술로 완치한다

입력 2011.06.15 00:46

[2] 두개저 뇌종양… 뇌종양은 양성도 암만큼 위험
뇌 맨 아래까지 접근 어려워 콧구멍·눈 통해 수술하기도…
일부 후유장애 협진으로 해소

올 3월부터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여 동네 안과를 찾았던 김모(30·부산 영도구)씨. 망막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두개저에서 시신경을 누르고 있는 2.5㎝의 종양이 발견됐다. "일반 뇌종양과 달리 종양이 뇌 바닥층에 생겨서 어려운 수술이 되겠지만, 떼어내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치의의 설명에 김씨는 4월 수술대에 올랐다. 10시간여에 걸친 수술 끝에 종양이 제거되고, 시력장애는 말끔히 사라졌다.

매년 4000여명의 뇌종양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새로 생긴다. 뇌종양 중 절반 정도는 악성이고 나머지는 양성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에 생기는 종양과 달리 뇌종양은 양성이라도 사실상 암과 마찬가지로 간주한다. 양성 뇌종양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를 압박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전체 뇌종양 중 20%는 뇌 바닥층에 생겨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이규성 교수는 "뇌종양은 종양이 악성이냐 양성이냐 하는 병리학적 진단보다 위치가 더 중요하다"며 "전체 뇌종양의 10~20%는 뇌의 바닥층인 두개저에 발생하는데, 이 위치의 종양은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두개저에는 몸쪽에서 나온 뇌간(뇌줄기)과 뇌신경, 뇌혈관 등이 모여 있어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치명적이다.

뇌 바닥 부분에 생기는 종양의 상당수는 수술하기 쉽지 않은 위치에 생기지만, 종양 자체의 예후가 다른 뇌종양보다 나쁜 것은 아니므로 성공적으로 수술하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이규성 교수(왼쪽)가 42세 여성의 두개저암을 수술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우리나라에 두개저 수술이 도입된 것은 20여년 전이다. 이규성 교수는 1989년 정맥 다발을 동맥이 감싸고있는 형태로 이루어진 '해면 정맥동' 부위의 두개저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 교수는 "해면 정맥동은 정맥을 조금만 건드려도 피로 범벅되기 때문에 두개저 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며 "해부학적 지식이 완벽해야 두개저 수술을 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머리 아래쪽이나 눈, 코 등 통해 수술

일부 병원은 두개저 종양이 진단되면 수술보다 방사선치료부터 권장한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뇌종양클리닉 홍창기 교수는 "종양이 3㎝보다 크면 수술해야 하는데, 종양이 신경 등에 붙어 있으면 전부 떼어내지는 못한다"며 "그러나 어쨌든 종양을 최대한 떼어낸 뒤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낮고 재발률도 높다"고 말했다. 두개저 수술은 통상 10~20시간 이상 걸린다. 수술은 일반적인 뇌종양처럼 두개골을 가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뒷머리 아래쪽이나 눈(안구를 떼어낸 뒤 그 공간으로 수술하고 인공 안구를 삽입), 콧구멍 등을 통해야 한다. 환자의 20% 정도는 수술 후 안면마비나 청력장애, 발성장애 등이 올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런 환자도 80% 정도는 다른 진료과목과 협진해 교정하면 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성장애가 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마비된 성대의 근육을 주사로 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 주는 식이다.

사물 2개로 보이면서 두통 겹치면 검사해봐야

두개저 종양은 위치가 안면과 가깝기 때문에 두통을 동반한 복시(사물이 2개로 보이는 것)나 청력장애, 연하곤란(삼킴장애) 등이 올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뇌종양 생각은 하지 못하고 증상에 따른 개별 질환으로 오인한다. 따라서 증상에 따른 진료과에서 진찰받아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경외과를 찾아가서 뇌종양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규성 교수는 "두개저 종양도 일반 뇌종양처럼 70%가량은 수술로 치료할 수 있고, 완치율도 일반 뇌종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뇌종양은 악성일 경우 5년간, 양성은 1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본다. 이 교수는 "두개저 종양은 위치 때문에 수술이 어려울 뿐 예후가 일반 뇌종양보다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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