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1.06.02 09:04 | 수정 2011.06.02 15:41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복용한 뒤 임신 사실을 알고 기형아를 출산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임신부가 많다. 지난 5월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연간 34만 건의 임신중절 중 12.6%가 약물복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걱정이 원인이었다. 임신 중에는 무조건 약을 복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 

>>임신 5주 이내, 모르고 약 먹었다면 대부분 괜찮다!
2009년 제일병원 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가 임신부 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경우 전체 임신부의 약 50%가 주위에서 중절을 권유했으며, 임신부의 43%는 자신도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인 줄 모르고 약물에 노출됐을 때 막연한 두려움으로 중절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임신초기(5주 이하)에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태아기형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한 임신부는 중절수술이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정열 교수팀이 1999~2008년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 2997명과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임신부 2573명의 선천성 기형 발생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임신초기 약물노출과 기형아 발생률은 큰 차이(약물 노출군 2.5%, 약물 비노출군 2.9%)가 없었다. 한 교수는 “태아의 기관이 발생하는 시기는 임신 5주 이후며, 태아기형에 약물이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그 이후”라며 “임신인 줄 모르고 다이어트, 피임, 감기약 등을 복용한 경우 대부분 임신 5주 이전이며, 이런 약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피임약은 태아의 성기가 형성되는 시점인 임신 9주 이전까지 안전하다. 다만 여드름약 ‘로아큐탄’과 혈액응고억제제 ‘와파린’은 시기와 관계없이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으므로 이 약을 복용했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한다.

>>임신 중에 감기약, 소화제, 변비약 복용할 수 있다
약물복용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상당수 임신부는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도 복용을 거부하고 버틴다. 하지만 감기 등으로 생긴 고열을 방치하면 오히려 태아에게 해가 된다. 조연경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가 39°C 넘는 고열이 12시간 이상 지속되면 태아의 신경계통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아세트아미노이펜 성분인 타이레놀이나 페니실린 계통 항생제는 태아에 안전하므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태아의 복부나 동맥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임신기에는 자궁이 커져 장이나 방광을 압박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로 인해 흔히 변비, 소화성 궤양, 방광염에 시달린다. 한정열 교수는 “대부분의 변비약은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장에서만 작용하므로 안전하며, 소화성 궤양 치료에 사용하는 ‘슈크랄페이트’ 같은 위점막보호제나 ‘라니티딘’ 같은 제산제는 기형아 발생과 관련 없으니 복용해도 괜찮다.

방광염 역시 특정 항생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약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많은 임신부가 면역력 증진과 피로회복 등을 위해 섭취하는 비타민제는 오히려 주의한다. 비타민A는 태아의 뇌와 안구 형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과다섭취하면 선천성 기형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하루 5000IU(IU는 비타민 단위) 이상 섭취하지 않는다.

>>수유부가 약물복용을 조심해야 하는 까닭
수유부가 복용한 약물이 모유를 통해 신생아에게 전달되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신생아에게 사용해도 되는 약물인지, 금기약물인지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선택한다. 모유를 먹일 때 엄마 몸에 투여한 약물이 신생아, 영아에 미치는 영향은 약물의 특성과 아기의 소화능력에 따라 다르며,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 가장 안전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한정열 교수는 “수유 중에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모유에도 성분이 스며들지만 대개 아기에게 전달되는 농도는 낮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도 독성이나 위험성이 보고되었거나 그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약물은 수유기간 중에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약물이나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확립되지 않는 약물은 사용을 금하거나 수유를 중지한다. 만약 수유부의 약물복용이 불가피하고 그 약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면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 한시적으로 수유를 중단하고 분유로 바꾸어야 한다.

복용하는 약이 비교적 안전한 것이라 해도 모유를 먹인 직후 약을 복용하고 다음 수유까지 3~4시간의 간격을 둔다. 대부분의 약제가 엄마 몸의 혈중에서 제거되고 모유 중 약물농도도 비교적 낮아지기 때문이다. 약을 하루만 복용하는 경우 취침 전에 복용하고, 취침 동안은 분유로 대체한다.

>>만성질환자는 대체약물과 엽산 복용해야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간질·당뇨병 등을 앓는 임신부는 더욱 고민이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만성질환자가 약을 계속 복용해서 생기는 부정적 영향보다 약을 무작정 끊어 임신부와 태아에 미치는 위험이 훨씬 더 크다”며 “주치의와 상의해 태아에게 안전한 대체약물이나 투약방법 등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신 중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고혈압 약은 교감신경억제제 계열인 ‘메칠도파’와 혈관확장제 ‘하이드라진’이다. ‘니페디핀’ 같은 칼슘차단제나 알파베타차단제 ‘라베타롤’ 등도 비교적 안전하다. 당뇨병은 알약 대신 태아기형을 유발하지 않는 인슐린 주사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엽산제를 같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홍 교수는 “엽산은 시금치나 간 등에 들어 있는 비타민 B9로 무뇌아·척추이분증 같은 신경관결손증 발생률을 70%까지 예방한다. 보통 하루에 400㎍~1mg 섭취해도 적당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4~5mg정도 먹는 것이 기형아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Tip1 수유 시 되도록 먹으면 안 되는 약물
아미오다론(Amiodarone), 브로모크립틴(Bromocriptine)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 시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에르고타민(Ergotamine), 헤로인(Heroine)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리튬(Lithium)

임신 중 약물복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일병원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마더세이프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태아기형 우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담 서비스인 이 프로그램은 산부인과 전문의 및 전문 간호사가 상주해 무료 전화상담을 해준다.
전화 02-2000-7900(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이메일 koreanmotherisk@yahoo.co.kr
홈페이지 www.motherisk.or.kr

Tip2  임신 중 주의해야 하는 약물
-진통·해열제 아스피린(Aspirin)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
-항경련제 페니토인(Phenytoin),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발프로산(Valproic acid),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혈당강하제 인슐린(Insulin, 당뇨관리가 잘 되지 않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저혈당 및 고혈당은 기형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의료진의 판단 하에 인슐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항생제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아미카신(Amikacin), 겐타마이신(Gentamycin), 토브라마이신(Tobramycin), 네오마이신(Neomycin), 카나마이신(Kanamycin),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심장약 베타차단제류(Beta-blockers), 아테놀올(Atenolol), 프로프라놀올(Propranolol)
-비타민 비타민A(Vitamin A),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기타 알코올(Alcohol), 흡연(매일 10개피 이상 흡연 시 자궁 내 발육부전, 미성숙, 유산 등의 빈도가 증가)

Check 수유부에 약물투여 시 체크포인트 5가지!
1. 모유수유 중 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면 모유를 먹인 직후에 복용한다.
2. 약물제형은 서방형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서방형은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약물이 몸속으로 퍼지는 제형이다.
3. 수용성 약물이 대체적으로 지용성 약물보다 안전한 편이다.
4. 약물선택 시 신생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신생아에게 현재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인지 아니면 금기약물인지 검토하는 것이 좋다.
5. 약을 복용한 후에는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을 자세히 살핀다.
수유기에 엄마 몸에 투여한 약물이 신생아, 영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약물의 특성과 아기의 대사능력에 따라 다르며,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 가장 안전한 약물을 선택해 투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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