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먹다 평생 남자 구실 못할 뻔한 사연

필자는 오랜 기간동안 비뇨기과를 운영하며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 덕에 웬만한 케이스가 아니면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2009년도 봄에 만났던 40대 초반의 한 환자의 경우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아침에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 환자는 한눈에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밤새 잠을 못 잤는지 몹시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서둘러 진료실로 모시고 증상을 물으니, 발기가 어젯밤부터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황을 들으니 인터넷으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해서 먹은 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마흔을 넘기면서 발기가 예전 같지 않아 고민 하던 중 가짜 약 스팸 메일을 보고 호기심에 주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그나마 발기가 지속된 후 비교적 일찍 병원을 찾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2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될 경우 음경 조직이 괴사하고, 발기신경이 손상되어 영구적으로 발기부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대한남성과학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최대 허용치 이상의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거나 납과 수은 등 다량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과 수은은 독성 물질 중의 하나로, 납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경계와 근육을 마비시키고 뇌에 손상을 줘 치매를 유발하기도 하며, 수은의 경우 헤모글로빈을 무력화시켜 인체의 산소 운반 능력을 상실하게 하거나 행동 장애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는 어떠한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그 피해를 예측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후 사망한 사례까지 보고 된 바 있는데, 이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후 심각한 저혈당 증세를 보이더니 7명은 혼수 상태, 4명은 사망에 이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언론을 통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후 겪은 여러 부작용이 알려진 바 있다. 가볍게는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부터 심할 경우는 발기지속증으로 인한 조직괴사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이 대표적이다.

그때 그 환자는 다행히 치료를 받은 후 차도가 좋아졌고, 이어서 본격적인 발기부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진찰 결과, 발기부전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아, 약물 치료를 시행했고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만족할만한 성생활을 하게 되었다. 몇 주간의 치료 후 처음 병원을 찾아왔을 때의 힘들어하던 모습과 180도 달라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병원을 나서던 그 환자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본인에게 발기부전을 비롯한 남성 질환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입증되지 않은 민간 요법을 행하거나 가짜 약을 먹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남은 평생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끝으로 필자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잘 활용하는 비유적인 예를 들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짜 휘발유가 당장은 문제가 안되더라도 결국 차의 엔진을 망가뜨리듯이,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는 우리 몸의 엔진에 해당되는 심장(혹은 심혈관계통)을 크게 손상시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가짜 약을 복용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