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아예 없어도 임신 시도할 수 있어

남성 불임 원인과 치료
'무정자증' 남성 35%… 고환세포로 정자 만들어 늘어난 정맥 절제하면 2년 후 자연임신 가능성 70%

아내가 결혼 5년 만에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한 이모(41·서울 중랑구)씨는 불임의 원인이 남성인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씨는 배란이 불규칙하던 아내에게 불임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온갖 불임 검사를 반복해서 받게 하다가 최근에야 자신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자신이 정자의 개수가 모자란 감정자증(減精子症)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불임의 원인은 남편과 아내 각각 40% 정도이며 양쪽 모두 문제를 가진 경우가 20%"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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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불임을 치료하는 의술 발전으로 정자의 양이나 활동성 등이 부족한 남성도 아기를 볼 수 있다. 제일병원 서주태 교수가 불임 남성에게 크기별 고환 모형을 보여주며 불임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음낭 속 정맥 늘어난 것이 가장 흔한 원인

음낭 속의 정맥이 늘어난 정계정맥류가 남성 불임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정계정맥류가 있으면 음낭의 체온이 올라가 정자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정맥이 요도를 압박해 사정을 방해한다.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박현준 교수는 "늘어난 정맥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면 1년 이내에 40%, 2년 안에 70%가 자연임신에 성공한다"며 "2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되면 시험관아기 시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정맥류 절제술을 받으면 정자 상태가 수술 전보다 좋아지기 때문에 체외수정 성공률도 수술 전보다 올라간다.

일부 비뇨기과는 수술 대신 색전술(불필요한 혈관을 괴사시켜 막는 방법)로 정계정맥류를 치료한다고 홍보하는데, 대학병원급 전문의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주태 교수는 "색전술은 실패율과 재발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현준 교수는 "수술 후 재발한 경우는 몰라도 처음에는 색전술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자 아예 없는 남성도 35%는 임신 시도 가능

남성의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거나(비폐쇄성 무정자증), 만들어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거나(폐쇄성 무정자증), 정자의 개수(감정자증)·운동(약정자증)·모양(기형정자증) 등이 비정상이면 남성 불임이 된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과거에는 임신을 포기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고환 조직에서 세포를 떼어내 정자로 성숙시켜 체외수정하는 방법을 시도한다. 비폐쇄성 무정자증 남성의 20~35% 정도에서 가능하지만, 성공률은 아직 미지수이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정자의 이동 경로 중 어디가 막혔는지 알기 어려워 정자를 뽑아내 체외수정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감정자증 등은 정계정맥류나 호르몬 이상 등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실제 불임 남성 중에는 모든 결과가 정상인데도 임신에 실패하는 '특발성 불임'이 더 많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조강수 교수는 "이런 경우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서 정자의 생산과 활동성을 원활하게 하도록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나·반신욕·근력운동 삼가야

사우나를 매일 하거나 한 시간 이상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잦은 반신욕도 좋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음낭은 체온보다 1도쯤 낮은 상태를 유지해야 정자를 잘 만들기 때문에 몸을 뜨겁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현준 교수는 "꽉 끼는 바지나 사이클 등도 음낭의 체온을 높인다"고 말했다. 서주태 교수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하고 무리한 근력 운동은 되도록 삼가라"고 말했다. 비만 역시 남성 호르몬 분비량을 줄이고 뚱뚱해진 체형 때문에 음낭이 압박받기 때문에 좋지 않다. 고환에서 정자가 생성되기 시작해서 밖으로 나오기까지 90일쯤 걸리므로 임신 계획을 세운 남성은 최소한 3개월간은 정자 생성에 나쁜 습관을 철저하게 멀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