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오진
“제겐 갤러리가 휴식처이자 아이디어 공작소입니다”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이지도 않고 “20대여 영원하라”고 기원하던 모델 신애의 화장품 CF를 기억하는가? KTF의 발랄한 CF'Have a good time', KT의‘라이프 이즈 원더풀’ 캠페인, 환상의 커플 정우성과 고소영의 럭셔리 라이프를 담은 삼성카드의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CF는 어떤가? 이 CF들을 만든 사람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오진 대표다. 그는 금강오길비 상무,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수석국장을 거쳐 현재 광고대행사 ‘굿마더’의 CEO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의 광고대행사BDDP를 시작으로 광고계에 입문해 수많은 광고상을 휩쓴 국내 최고의 광고인이다. 2010년 초 광고대행사 ‘굿마더’를 만든 그는 색다른 광고, 독창성 있는 광고를 위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굿마더’에서는 'EXR',‘한경희생활과학-Hcare',‘키움증권’등의 광고를 맡아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의류 브랜드‘포에버21’의 광고대행을 맡았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회사의 시스템과 환경을 좋게 만들 수 있을까’,‘클라이언트에게 좀더 나은 퀄리티와 서비스를 줄 수 있을까’입니다. 국내에 내로라할 만한 광고대행사가 많지만 외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굿마더’는 세계가 알아 주는 퀄리티로 승부할 수 있는 광고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감각으로 똘똘 뭉친 광고인 이오진 대표의 취미는 ‘걷기’와 '보기'다. 단순히 대한민국의 걷기 열풍에 동참해서가 아니다. 그는 막연히 걷지 않고 느끼며 걷는다. 그에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새로운 세상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공부해라’ 말하면 오히려 공부하기 싫어지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때 무언가를 보면서 억지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생각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찾으려 하는 아이템이 떠오르곤 해요. 휴일엔 종종 아티스트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찾습니다. 갤러리에 가면 머리가 맑아져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때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에게 갤러리는 단순한 작품 관람처가 아닌 휴식처이자 아이디어 공작소다. 어느 갤러리의 그림은 CF의 스토리보드가 되기도 하고, 어느 갤러리의 조각은 CF의 새로운 미장센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가본 갤러리는 삼청동 거리에 있는 국제갤러리예요. 외국에서 열리는 작품전도 관심을 가지고 보죠. 특히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광고 비엔날레에는 무조건 가요. 2박3일 동안 똑같은 그림만 계속 보다 돌아와도 좋더라고요.”
이오진 대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미국의 현대미술가 에드워드 후퍼다. 에드워드 후퍼는 일상적인 풍경과 소재의 사실적인 묘사로 미국 팝아트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작가다.
“에드워드 후퍼의 그림에는 수수께끼 같은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해서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 줘요. ‘저 사람은 왜 저런 눈짓, 손짓, 몸짓을 하고 있을까’ 하루 종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후퍼 그림의 특징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이야기가 자유자재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그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거죠. 마치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CF의 카피와 비주얼처럼 말입니다.”
그가 갤러리를 더욱 좋아하게 된 데는 최근 서울 시내에 많이 생기고 있는 갤러리 카페들도 한몫했다.
“그림을 보고 카페에서 사색을 즐기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행복한 생각이든 불행한 생각이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요. 제 경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긍정의 힘 아시죠? 좋은 생각 뒤엔 언제나 편안한 여유가 따라오거든요.”
이오진 대표는 창의적인 생각과 감각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면 한국에 들어오는 유명 작가의 기획전·특별전을 관람하라고 한다.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