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성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나라는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 중 유일하게 폐의 기증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뇌사자의 폐를 기다리다가 서서히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폐를 나눠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딸의 사망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폐이식은 말기 폐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현대 의학의 꽃이다. 다른 장기와 달리 폐는 기도를 통해 외부에 노출돼 있어 감염이 잘 된다. 따라서 뇌사자의 폐 중 이식할 수 있는 것은 10~15% 뿐이다.
폐암을 비롯한 우리나라 폐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간·심장이식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폐이식은 세계 수준과 차이가 있다. 뇌사자보다 훨씬 예후가 좋은 생체 폐이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생체 폐이식이다.
생체 폐이식을 결정하면, 건강한 폐를 가진 두 사람이 자신의 폐의 약 20%를 각각 기증하여 수여자의 양쪽 폐로 이식한다. 뇌사자 폐이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갑자기 통보 받아 응급으로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생체 폐이식은 공여자와 수여자를 철저히 사전 조사한 뒤 안정된 상태에서 수술하므로 결과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3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전부개정령안'이 보건복지부에서 입법 예고되었다. 국립장기이식센터와 많은 폐 이식 전문가들이 생체 폐이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번 개정령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폐 이식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생체 폐 이식을 대비한 준비를 해 왔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도중에도 중환자실에서 "폐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와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가족들은 "나의 폐를 나눠줘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폐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생명의 숨소리를 전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 바란다.